신중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따르는 사람들로서, 불교를 지키고 배우는 자들에 대한 통칭이다. 대개 불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설법장의 청중들인데, 『화엄경』에는 7,000여명의 보살이 그 소임을 맡고 있다. 그들은 지상(地上)과 천상(天上)을 오가며 『화엄경』의 이상을 펼치는데, 이것은 대승불교의 문학적 상징성을 대변하고 있다. 즉, 세계의 중심을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로 대변하고, 그 깨달음이 ‘빛’으로 상징된다. 신중들은 깨달음을 본질로 한 삼라만상을 나타낸다. 그것을 ‘일조생맹(日照生盲)’이라고 하는데, 빛의 고마움을 모르는 장님들에게도 빛은 어김없이 비친다는 은유(隱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화엄신중을 구체화시켜 신봉하였는데, 그 대표적 실례가 오대산(五臺山)의 화엄예참(華嚴禮懺)이다. 오대산에는 5만의 진신(眞身)이 상주하며, 그 진신은 36가지로 변화한다고 믿었다. 이 신행은 8세기 후반에 이르면 확고한 신라불교의 주류로서 등장한다. 그것은 신라불국토설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며, 그 중앙에 있는 화엄신중의 중요성은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