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還甲)은 세시풍속에서 사람이 태어나서 60년 만에 맞는 생일을 가리킨다. 회갑, 화갑이라고도 한다. 환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이를 치는 법으로 하면 예순한 살에 맞는 생일이다. 환갑날에는 본인은 물론 그 자손도 최상의 의복으로 성장하고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치른다. 환갑잔치는 하루로 끝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부유한 집이거나 사회적 명성이 높은 집에서는 사흘씩 계속하기도 한다. 이때는 풍악을 잡히고 줄타기, 땅재주놀이와 기생의 가무도 곁들여 잔치를 더욱 흥겹게 한다.
흔히 회갑(回甲) · 주갑(周甲) · 갑년(甲年) · 환력(還曆) · 환갑(換甲)이라고 표기하기도 하고 화갑(華甲)이라고 미화하는 글자로 쓰기도 한다. 환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이를 치는 법으로 하면 예순한 살에 맞는 생일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환갑을 인생에서 크게 경하해야 할 것으로 여겨 큰 잔치를 베풀어 경하를 받는다.
환갑날에는 환갑을 맞는 본인은 물론 그 가족이며 직계 자손도 최대 최상의 의복으로 성장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일도 쉬고 환갑잔치가 성대하게 치러지도록 노력한다. 환갑을 축하하는 잔치는 환갑당사자의 직계자손들에 의하여 베풀어진다. 환갑잔치의 비용은 막대한 것이지만 직계자손들은 최대의 효심을 발휘하여 잔치가 성대히 이루어지기를 희구한다.
환갑잔치에는 특이한 것도 있다. 학계에서는 스승의 환갑이 문하생과 제자들에 의해서 베풀어지고 예능계나 기술계 · 종교계, 그리고 특수집단( 보부상 · 거지)에서는 지도자나 두목의 환갑이 사사자(師事者) · 계승자 · 도제(徒弟) · 추종자에 의해서 치러진다. 이런 경우의 비용은 각자의 출연금으로써 충당된다. 이러한 환갑잔치의 방식 · 진행 등은 개인의 그것과 같다.
환갑을 맞는 사람의 집에서는 수일 전부터 술을 담그고 각종 음식을 장만하고 과자와 특별음식을 요리한다. 이러한 일을 돕기 위하여 이웃사람, 일가친척이 모여든다. 축하객을 맞기 위하여 방이라는 방은 모두 정돈하고 마당에는 차일을 치고 자리를 마련하고, 헛간에까지도 자리를 마련한다. 환갑날 아침 일찍, 환갑을 맞는 사람은 사당에 들어가 조상선영의 신위(神位)에 환갑을 맞이한 것을 고한다.
조반상은 평소의 식상보다 성찬이고 국은 생일날과 같이 미역국이다. 환갑상은 안방이나 대청에 진설된다. 병풍을 치고 환갑상이 차려지는데 병풍과 환갑상 사이에 환갑을 맞이하는 사람과 배필자가 앉을 자리가 마련된다. 환갑상은 교자상이라 하는 가장 큰 상인데, 진설할 음식이 많을 때에는 이를 두 개 이상 쓰기도 한다.
환갑상의 앞쪽에는 여러 가지 음식을 진설하고 하객들이 볼 수 있는 쪽에는 장식적인 음식을 배설한다. 밤(깎은 것) · 대추 · 잣(깐 것) · 호두(깐 것) · 곶감 · 과자 · 강정 · 다식 · 약과 등을 각각 지름 15㎝, 높이 40㎝ 정도의 원통형으로 쌓아올려 진설하고, 그 사이사이에 문어발로 만든 국화 · 매화 · 용 · 거북 · 학의 형(形)을 첨가한다. 환갑상 앞에는 술과 술잔이 놓인 헌주상(獻酒床)이 따로 놓인다.
환갑을 맞는 사람은 자손들이 새로 지어서 헌상한 최고 · 최상의 의복을 입고 배필자와 동반하여 소정의 자리에 앉는다. 그러면 삼현육각의 풍악이 은은히 연주된다. 큰아들은 부부동반하여 환갑상 가까이 나아가 큰절을 하고 부모에게 술잔을 올리고 다시 큰절을 한다.
이 때 기생은 헌주가(獻酒歌)나 권주가(勸酒歌)를 부른다. 다음에는 자손들이 연령순 · 항렬순(行列順)으로 각각 헌주를 올리고 큰절을 한다. 그 때마다 기생은 헌주가를 새로 부른다. 직계자손들의 헌주가 끝나면 혈연관계가 있는 일가친척이 연령순 · 항렬순으로 각각 헌주하고 큰절을 한다. 그러고 나서 타성(他姓)의 연하자(年下者)와 수하자(手下者)의 하례를 받는다.
환갑을 맞이하는 사람의 형제자매부부는 본인의 좌우에 배석하여 헌주를 받는다. 환갑을 맞는 사람은 부모가 생존하고 있을 때에는 색동옷을 입고 절을 하고, 어린애처럼 기어다니며 재롱을 떨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하여 웃음을 자아내 잔치 분위기를 흥겹게 한다.
환갑을 맞이하는 사람이 병중에 있으면 잔치를 베풀지 않고 또 그 해의 운수나 환갑날이 음양학적(陰陽學的)으로 불길하면 잔치를 베풀지 않는다. 부득이 환갑잔치를 베풀 때에는 환갑날짜보다 앞대어 길일을 택하여 한다. 환갑날이 지난 뒤에 잔치를 베풀면 불행하다고 한다.
잔칫집에서는 하객들에게 떡과 술, 과일과 특별음식으로 차린 상을 제공하여 대접한다. 방에 들어갈 자리가 없을 때에는 차일을 쳐놓은 마당에서도 먹게 한다. 잔칫날에는 생면부지의 미지인(未知人)이나 지나가는 과객까지 맞아들여 주식을 대접한다. 경사날에 많은 손님을 겪는다는 것은 그 집의 후덕(厚德)과 사회적 명성이 높다는 것의 표징이 되기 때문이다.
환갑잔치는 하루로 끝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부유한 집이거나 사회적 명성이 높은 집에서는 사흘씩 계속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풍악을 잡히고 줄타기 · 땅재주의 놀이를 연행하고 기생의 가무(歌舞)도 곁들여 잔치를 더욱 흥겹게 한다. 환갑을 맞는 사람이 학식이 있고 문재(文才)가 있으면 문우(文友)와 함께 한시를 지어 이것을 음송하면서 청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환갑을 지낸 다음해를 진갑이라고 하여 이 날에도 잔치를 베푼다. 진갑잔치는 환갑잔치만큼 성대한 잔치는 아니나, 생일잔치보다는 성대하게 잔치를 베풀고 하객의 하례를 받는다. 진갑을 지낸 뒤에는 생일의 큰 잔치가 별로 없으나, 70세의 생일에 고희(古稀)잔치, 77세의 생일에 희수(喜壽)잔치, 88세의 생일에 미수(米壽)잔치를 하게 된다.
70세에 고희잔치를 하는 것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두보(杜甫)의 『곡강시(曲江詩)』에 있는 시구에 의한 것이고, 77세에 희수잔치를 하는 것은 희(喜)자를 반초(半草)로 쓰면 마치 七十七같이 보이기 때문이며, 88세의 생일을 미수라 함은 八十八을 합하면 미(米)자와 같이 되기 때문이다. 고희잔치 · 희수잔치 · 미수잔치는 진갑 정도의 잔치이다.
그런데 이러한 잔치를 겪는 사람은 드물다. 환갑 후의 환갑만큼 큰 잔치에는 회혼례(回婚禮)가 있다. 이것은 결혼한 지 만 60년 만에 결혼한 날짜에 행한다. 남자는 사모관대를 착용하여 신랑같이 꾸미고, 여자는 원삼 족두리를 착용하고 화장하며, 얼굴에는 연지곤지를 찍어 신부처럼 차리고 옛날 지냈던 혼인예식을 되풀이한다.
이러한 행사는 자손, 일가친척,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해진다. 회혼례에 사용한 떡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먹인다. 자손이나 직계의 후예 중에 한 사람이라도 죽은 사람이 있으면 회혼례잔치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