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시집』(인문사, 1939.9)은 임학수가 김동인, 박영희 등과 함께 ‘황군위문작가단(皇軍慰問作家團)’의 일원이 되어 1939년 4월 15일부터 5월 4일까지 북경(北京), 석가장(石家莊), 유차(楡次), 태원(太原), 임분(臨粉), 운성(運城), 안읍(安邑) 등 북중국 전선을 시찰한 이후 중국 보고서 격으로 간행한 시집이다.
중일전쟁을 제재로 다룬 최초의 조선인 시집이면서 동시에 ‘국민(황국신민) 감정’을 작품화한 최초의 조선인 시집이다. 이 시집은 1940년대 이후 문단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소위 ‘친일문학’의 효시라 할 만한 작품집이다.
시집은 1, 2부로 나뉘어 있으며 「북경의 신부」, 「중국의 형제에게」, 「노구교(蘆溝橋) 우조(羽調)」 등 총 22편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1부에 수록된 시편들이 주로 중국의 풍물, 향수, 전장의 이미지 등 개인적 서정을 다루고 있음에 반해, 제2부에 수록된 시편들은 대부분 전란의 참상이라든가 북중국 전선에서 일본군이 펼친 활약상 등 황군위문작가단의 공식적인 견해를 보여준다.
이광수는 서문에서 이 시집이 임학수 개인이 느낀 바를 읊은 것이기 이전에 ‘중일전쟁을 제재로 한 최초의 조선인 시집이라는 것’, ‘박영희, 김동인의 작품과 함께 최초의 전쟁문학 3부작이 될 것이라는 것’, ‘국민(황국신민) 감정을 담은 최초의 조선문학이라는 것’ 등의 이유에서 특수한 의미를 띠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친일 작품이 작가 개인의 신념이나 양심을 보여주는 데 반해, 이 시집은 문단 전체의 정세 판단과 신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1940년대 이후 문단 주도 세력의 친일 전향의 내적 논리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