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 22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연과 2연은 각각 12행과 10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의 전개는 문의의 인상을 제시하고 그 의미를 발견하는 방식을 취하는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서 ‘눈’과 ‘죽음’은 작품의 시적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한 쌍의 핵심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문의(文義)는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있는 마을이지만 이 작품에서의 ‘문의’는 삶의 여러 양태가 죽음과 만나는 지점으로 상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지역으로서의 의미보다 초월적이고 관념적인 공간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통합은 시인의 의지만큼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인은 여기에서 길들의 만남을 “가까스로 만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죽음 편에서 삶에게 요구하는 자세 혹은 무게의 기준치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이 죽음 그 자체만큼이나 신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때 아름다운 허무를 상징하는 ‘눈’에 의해 죽음이 덮이게 되고 죽음 역시 허무적이라는 사실에 이르자 죽음은 삶의 길과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의 “먼 산”은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시인은 ‘눈’에 대해서도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고 질문함으로써 삶의 허무함에 대해 그 해답을 유보해 두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질문은 시인에게 초월적인 세계를 꿈꾸게 한 시와 언어의 유혹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읽히기도 한다.
이 작품은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에 수록된 이후에도 1983년 12월 민음사에서 간행된 전집과 1988년 8월 청하에서 간행된 전집에 수록되면서 각각 일부 개작의 과정을 거쳤다.
「문의 마을에 가서」는 신동문(辛東門) 시인의 모친상에 참석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세상과의 새로운 만남을 보여 주는 한편, 그 만남이 가혹한 현실의 발견임을, 그러면서도 아직은 탈속 감정의 외연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을 통해 그러한 현실을 극복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는 고은의 초기 시와 다른 경향의 시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삶에 대한 허무감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현실에 대한 시적 화자의 책임감이 복합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고은에게 1970년대는 초기의 유미적이고 추상화된 세계와 단절하여 민중적 세계관으로 각성해 나아가는 중요한 시였으며, 이 작품은 이 시기 시인의 모색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