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으로 경도대학(京都大學) 소장본, 가고시마(鹿兒島) 심수관가(沈壽官家) 소장본, 러시아 동방학연구소 아스톤문고본 등 3종의 이본(異本)이 있다.
이 책에는 서문 및 발문이 없어 편찬 경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본문의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1836년 경사쓰마(蕯摩)나에시로가와(苗代川)에서 편찬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도대학본은 상·하권 2책으로 상권은 53장, 하권은 45장이며, 한 면에 한글이 세로쓰기로 5행 기록되어 있다. 한글 본문의 오른쪽 행에는 한자와 가타가나가 섞인 일어역(日語譯)이 작은 글씨로 제시되어 있고 한글 본문의 왼쪽 행에는 한자음이 작은 글씨로 제시되어 있다. 1845년 4월에 박원량(朴元良)에 의해 필사되었다.
심수관가본은 상·하권 2책에 중권으로 추정되는 낙장본이 별일(別一)·별이(別二)로 존재한다. 역시 한 면에 한글이 5행 기록되어 있으며, 좌우 행에 한자음과 일어역이 작은 글씨로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은 1854년에 박수열(朴壽悅)에 의해 필사되었다.
아스톤문고본은 2권 2책으로 권1은 70장, 권2는 51장이다. 한글 5행에 한자음과 일어역을 붙인 점이 다른 이본들과 동일하며, 1854년에 강소순(姜蘇淳)에 의해 필사되었다.
이상의 이본들을 비교해 보면 이 책은 원래 상·중·하 3권 3책으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권의 전반부에는 전라도 순천 어부 11명과 일본 전어관의 문답 내용이 수록되어 있고, 상권의 후반부에는 전라도 해남 상인 16명과 일본 전어관의 문답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중권에는 화관(和官)의 사정, 송사(送使)의 왕래, 조선과 대마도의 교역 물품, 조선의 특산물 및 동식물, 부산포 근처의 명승지와 백두산, 조선과 일본의 풍습 차이 등에 대한 문답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하권의 전반부에는 배의 보수와 관련된 내용이 수록되어 있고, 하권의 후반부에는는 조선 배와 일본 배의 차이, 선상 생활 등에 대한 대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19세기 중엽의 한국어 구어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내용에 사실과 다른 허구적인 요소가 있고 일본어의 간섭을 받은 것으로 생각되는 예들이 발견되며 『석음담(惜陰談)』, 『강화(講話)』, 『화한문답(和韓問答)』 등의 문헌과 일부 내용 및 문장에서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 실제 대화를 있는 그대로 정리했다기보다는 상당 부분 인위적인 편집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반영된 일본어의 간섭 현상으로는 ‘ㅗ’와 ‘ㅓ’의 혼동, ‘ㅜ’와 ‘ㅡ’의 혼동, ‘평음, 격음, 경음’의 혼동, 받침 ‘ㄴ, ㅁ, ㅇ’의 혼동 등을 들 수 있다. 문법적으로는 유정물 체언의 여격(與格) 및 탈격(奪格)에 ‘의게(에게), 의게셔(에게셔)’를 사용하지 않고 무정물 체언에 사용되는 ‘의’와 ‘의셔’를 사용한 점이 특이하다. 이 외에도 여러 문법 형태소와 어휘에서 일본어의 간섭 현상이 발견된다.
이 책은 한일 교섭사를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책의 내용을 통해 당시 일본에서 조선인 표류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수 있고 대마도와 어떤 물품들을 교역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대화 내용을 통해 일반 서민들의 생활사와 풍습사를 연구할 수 있다.
특히 하권의 선박 관련 내용은 선박사를 연구하는 데 유용하다. 선박 각 부분의 명칭과 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하권 마지막 부분의 ‘선지도(船之圖)’를 통해서 당시 선박의 구조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구수리’(그을리기)와 같은 전라도 방언을 일부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표류민들이 전라도 출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