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은 인형 및 배경이 되는 소품 등을 제작하여 이를 조작하는 극의 형태로, 여러 마당과 거리로 구성된다. 이 놀이는 남사당패의 꼭두각시놀음, 발에 탈을 끼고 연행하는 발탈, 그림자 인형극인 만석중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인형극이다. 2000년 1월 11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로 지정되어 보존 · 전승되고 있다.
속설에는 고려시대부터 기원하는 놀이라고 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고, 1920년대 후반부터 충청남도 서산시 탑곡리 고양동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공연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일시적으로 중단되었지만, 해방 이후 1950년대에 다시 재개되었다.
마을주민이었던 주연산(1903∼1993)이 남사당패 출신이었던 유영춘에게서 인형 제작법, 놀이 방법, 재담 등을 배우면서 오늘날의 놀이형태로 구성하여 1954년부터 몇 해 간격으로 사랑방 마루에서 마을공연을 연행하였다.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격년에 한 번꼴로 마을회관에서 행하였으며,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매년 추석을 전후에서 마을에서 공연하였다. 1990년대 들어와서는 서산문화원 및 인근 지역 축제에 초청되어 시연행사를 하고 있다.
현재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가 구성되어, 1954년부터 주연산에게 본격적으로 배운 전승자 김동익 등 마을 주민 20여명이 보존 및 전승에 힘쓰고 있다.
서산박첨지놀이는 마을 주민이 중심이 되어 전승되는 민속인형극으로서, 양반사회의 모순과 남성과 여성의 갈등, 종교인과 세속인의 갈등 등을 해학적으로 인형극화한 놀이이다. 박첨지의 ‘박’은 인형을 박[瓠]으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따왔으며, ‘첨지’는 양반을 해학적으로 일컫거나 나이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일컫는 말이다.
사용되는 인형은 바가지, 소나무껍질 버급, 칡 넝쿨, 각목 등을 재료로 만든 몸체에 천으로 대충 휘감은 옷을 입고 있다. 이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서, 통나무를 깎아 정교하게 인형을 제작하는 꼭두각시놀음과 비교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인형은 길이가 30㎝ 내외인 만장꾼부터 88㎝가 넘는 박첨지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양반인 박첨지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며, 등장인물은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박첨지, 얼굴에 많은 점이 박힌 큰마누라, 연지와 곤지를 찍은 작은마누라, 붉은색 몸체의 홍동지, 눈코입이 비뚤어진 처남 명노, 승복을 입고 있는 스님, 상제들, 목수들, 평양감사, 소경, 만장꾼들, 상여꾼들 외에 말 · 매 · 꿩 · 구렁이와 같은 동물들로 구성된다.
이 놀이는 줄거리에 따라 3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순서는 박첨지마당, 평안감사마당, 절짓는마당 순이다. 박첨지마당은 박첨지가 팔도강산을 유람하다 젊은 마누라를 얻어 와서 작은마누라에게 살림을 후하게 나눠줘 조롱을 받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안감사마당은 평안감사가 민생은 뒷전이고 매사냥만하다 꿩고기를 먹고 죽게 되어 상여가 나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절 짓는 마당은 죽은 평안감사 가족이 시주를 걷어 공중사라는 절을 짓고 모든 중생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서산박첨지놀이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인형극놀이라는 점과, 전문 연희패나 유랑광대패가 아닌 마을주민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내려오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또한 이 놀이는 마을사람을 중심으로 보존되고 있으므로, 여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전문 연희패처럼 인원의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