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월 12일 보물로 지정되었으며 인천광역시 가천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간이벽온방』은 조선 중종 때 왕명에 따라 의관 김순몽, 박세거 등이 온역(瘟疫: 집단 전염성 열증)에 대한 치료약방문을 모아 엮은 의학 서적으로, 한글로 편찬되었다. 동의보감에서 “1년 동안에 어른이나 어린이 할 것 없이 비슷한 증상을 앓게 되는데, 이것이 곧 유행 온역(瘟疫)이다. 민간에서는 돌림병이라 한다.”라고 하여 그 뜻을 정리하였다. 이 책의 초간본은 1525년(중종 20)에 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까지 실물이 확인되지 않고, 1578년(선조 11)에 금속활자인 을해자로 인쇄한 책과, 1613년(광해군 5)에 목활자인 훈련도감자로 인쇄하여 간행한 책이 전해진다. 1997년 보물로 지정된 판본은 1613년에 목활자인 훈련도감자로 간행한 책이다.
1524년 평안도에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자 왕은 이의 치료를 위해 1525년 의관(醫官) 김순몽(金順夢), 유영정(劉永貞), 박세거(朴世擧) 등에게 명하여 편찬케 하였고 그해 5월에 중앙과 외방에 반사하였다.
1525년에 당시 도승지였던 김희수가 쓴 이 책의 서문에는 “갑신년(1524) 가을에 관서지방에 모진병이 크게 일어나 전염(傳染)하여 다음 해 을유년(1525)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어감이 그치지 않아서 의관들에게 구하도록 명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왕은 의관을 파견하여 치료케 하는 한편 당시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에게 여러 가지 병 고치는 법을 꾸며 한 편의 책인 『간이벽온방』을 편찬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언문(諺文)으로 번역하고 중외(中外)에 반포하여 궁촌(窮村) 벽항(僻巷)의 사람이라도 병 고치는 방법을 알도록 하여 목숨을 구하도록 하였다.
이 책은 온역이 크게 일어난 이후에 간행하여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보물로 지정된 『간이벽온방』은 1612~1613년에 온역(瘟疫)이 다시 크게 일어났으므로 그전의 간행본을 1613년에 재간(再刊)하여 반사(頒賜)한 것이다. 실록의 기록에서도 1613년에 당독역(唐毒疫)이 유행하여 사망자가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당시 한문본 『벽역신방』도 함께 간행되었다.
1997년 보물로 지정된 『간이벽온방』은 언해본으로, 서문을 포함해서 모두 26장으로 간행된 의서이다. 책의 크기는 세로 32.2㎝, 가로 18.7㎝이고 사주쌍변이며, 반곽은 세로 22.3㎝, 가로 14.9㎝이다. 계선이 있으며 반엽은 9행 17자씩이다. 주쌍행(註雙行)이며 내향삼엽화문어미(內向三葉花文魚尾)를 이루고 있다.
판심제는 ‘벽온방(辟瘟方)’, 서문과 본문은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이다. 을해자체를 닮은 훈련도감자로 간행되었으며, 실제로 1578년에 반사된 을해자본과 비교해 보면 항자수가 같고 글자 크기와 모양 등이 유사하다.
1997년 보물로 지정된 판본은 1613년 목활자인 훈련도감자로 간행되었으며, 이는 서울대학교 규장각, 청주고인쇄박물관, 계명대학교 도서관 등의 소장본이 동일한 시기에 간행된 것으로 확인된다. 규장각본은 오대산, 교서관, 태백산 등에 1613년에 반사된 것이고 계명대본은 같은 해 윤선(尹銑)에게 반사된 것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본은 내사기가 남아있으나 반사처의 기록이 훼손되었다. 한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과 고려대학교 도서관 만송문고에는 이보다 앞선 시기인 을해자로 간행된 책이 남아있다. 특히 만송문고에는 “만력육년정월일 내사행부호군이중량간이벽온방일건(萬曆六年 正月日 內賜行副護軍李仲梁簡易辟瘟方一件)”의 내사기(內賜記)가 남아있어서 1578년 이전에 간행이 이루어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간이벽온방』의 내용은 크게 편찬 목적, 경위, 시기, 저술자 등을 밝힌 ‘간이벽온방서(簡易辟瘟方序)’와 본문인 ‘벽온방(辟瘟方)’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본문의 내용은 역병이 일어나는 시기, 기후 및 원인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과 함께 개별적 병의 예방 및 처방법, 환자를 대하는 방법 등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각 병의 특징에 따라 치료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약 이름으로 향소산(香蘇散), 십신탕(十神湯), 승마갈근탕(升麻葛根湯), 도소주(屠蘇酒), 형화구(螢火九), 호두살귀원(虎頭殺鬼元), 신명산(神明散) 등 전염병에 쓰는 약명과 효능, 조제 방법 및 복용법 등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당시에 유행한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하여 나라에서 간행하여 널리 반포한 책으로 의학사 연구자료로서의 가치와 함께 1613년의 한글자료로서 17세기 한국어의 일면을 보여주는 국어사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