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은 북인도 고승인 불타다라(佛陀多羅)가 한역(漢譯)한 것으로 ‘대방광원각경’, ‘원각수다라요의경’, ‘원각요의경’으로 불리는데, 흔히 『원각경』이라고 한다. 이 경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으로 보는 학자가 많고, 문헌학적으로 의문시되고는 있으나, 그 내용이 대승(大乘)의 참뜻을 잘 표현하고 있어 한국과 중국에서 널리 유통되어 왔다. 이 책은 세조 11년(1465) 간경도감 언해본을 저본(底本)으로 경문 및 주석의 한글 구결 부분만을 편집하여 주자소에서 을유자(乙酉字)로 인출한 금속활자본이다.
종밀이 소초(疏鈔)한 것에 세조가 한글로 구결을 단 것을 1465년(세조 11)에 을유자로 인출한 것이다. 을유자의 주조사실은 『용재총화(慵齋叢話)』의 “세조 11년(1465) 『원각경』을 인출하고자 정난종에게 자본(字本)을 쓰게 하여 주조한 활자가 을유자인데, 그 자체가 매우 고르지 않다.”라는 기록과, 갑진자(甲辰字)를 주조하고 쓴 김종직의 발문에 나타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체적인 형태사항은 사주단변(四周單邊)이고, 반광(半匡)의 크기는 19∼20㎝×13∼14㎝로 유계(有界)이며, 6행에 대자13자 소자19자로 되어 있다. 상하내향흑어미(上下內向黑魚尾)에 판심제는 원각(圓覺)이다. 세조의 명에 따라 정난종(鄭蘭宗) 서체를 자본으로 을유년에 활자를 주조하여 간행한 ‘을유자본(乙酉字本)’이다. 을유자는 세조 11년(1465)에 정난종이 쓴 송설체의 글자를 바탕으로 대자·중자·소자의 동활자를 주조한 것이며 구결을 인쇄하기 위하여 한글활자도 만들었다. 글자의 모양이 바르지 못하여 갑진자 주조시에 이 활자를 녹여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 전래본이 희귀한 실정이다. 2007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서문과 권상일지일(卷上一之一)로 구성된 1책의 결본(缺本)이다. 원각경은 서문, 본문의 상편[일(一)과 이(二)로 구분]과 하편[일(一), 이(二), 삼(三)으로 구분]으로 구성되고, 상일(上一)을 다시 일(一)과 이(二)로, 상이(上二)를 일(一), 이(二), 삼(三)으로, 하편 일(一), 이(二), 삼(三)을 각각 일(一), 이(二)로 다시 분권하였다.
서문은 경 본문에서 설명할 내용을 요약한 글로 「원각경약초서(圓覺經略鈔序)」, 배휴(裵休)의 「원각경약소서(圓覺經略疏序)」, 그의 스승인 규봉종밀(圭峰宗密)의 「원각경서(圓覺經序)」로 이루어져 있다. 종밀의 「원각경서」는 이 경의 특징과 중요성, 그리고 이 주석서의 성립 배경과 이에 얽힌 일화가 밝혀져 있는데 분량이 많아 1책으로 분책되기도 한다.
경의 본문인 상편과 하편은 석가여래가 12명의 보살과 문답을 통해 원각의 묘리(妙理)와 그 관행(觀行)을 설하는 내용이다. 2007년 지정된 보물에 해당하는 상편일지일의 내용은 경의 안목이 되는 문수보살장(文殊菩薩章) 부분으로 여래인행(如來因行)의 근본과 과상(果相)을 설한 것인데, 누구나 본래부터 갖고 있는 원각에 환원하기만 하면 생사가 곧 열반이요 윤회가 곧 해탈이 됨을 가르치고 있다.
을유자는 1465년 을유년에 정난종의 글씨를 글자본으로 주조한 것이다. 간경도감 언해본을 저본으로 경문 및 주석의 한글 구결 부분만을 편집하여 을유자판으로 인출되었으므로 구결은 간경도감본 원각경언해와 일치한다. 이 을유자판 원각경은 주로 불경을 간행할 목적으로 주조된 활자로 인출되어 전래본이 많지 않고 초인본이라 인쇄상태도 깨끗하여 귀한 판본에 속하므로 15세기 국어학 및 서지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