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이 책은 고려 현종(1011∼1031) 때 거란의 침입을 극복하고자 조성한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의 하나이다. 유가행파(瑜伽行派)의 기본 경전 중 하나로, 유가사지는 유가행의 수행 과정을 일컫는다. 한역본(漢譯本)에서는 미륵(彌勒)이 저술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티베트본에는 무착(無着)이 지었다고 전한다. 당나라 현장(玄奘, 602∼664)이 646∼648년에 100권으로 한역하였다.
이 책은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간행한『유가사지론』100권 중 권17에 해당하는 1권 1책이다. 닥나무 종이에 인출하였는데, 1장의 크기는 가로 45㎝, 세로 28.5㎝이며, 전체 27장의 크기는 가로 1.1942m, 세로 28.5㎝이다. 제책은 두루마리인 권자장(卷子裝)이며, 표지는 쪽물로 염색한 감지(紺紙)를 이용하였다. 천자문으로 함의 순서를 적은 함차(函次)는 습함(習函)에 해당한다. 장수(張數)의 표시는 해인사 대장경에서 확인되는 ‘장(張)’자와는 달리 ‘장(丈)’자로 확인되는데, 각 장마다 본문의 행자 수는 23행 14자이다. 본문의 여러 부분에서는 송나라 태조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름인 ‘은(殷)’자와 ‘경(敬)’자가 각각 결획(缺劃)되어 있다.
현존하는 초조대장경 중 비교적 보존상태가 좋다. 지질(紙質)·각자(刻字)·묵색(墨色) 등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현양성교론(顯揚聖敎論)』권11(국보, 1988년 지정)과 같은 것으로 보아, 11세기에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사지론』전 100권은 본지분, 섭결택분, 섭석분, 섭이문분, 섭사분 등 5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분은 다시 여러 품으로 나누어져 있다.
권17은 제1분인 본지분(本地分) 17지(地) 중에서 11번째 사소성지(思所成地)인 권16∼19에 해당한다. 사소성지는 생각하는데 따라서 도달하는 경지라는 뜻으로, 설교를 들음으로써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 경지에 다다를 수 있으며, 자성청정, 소지사택, 법의사택이라는 세 가지 방법으로 도달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성청정은 올바른 방법에 따른 사유를 말하고, 소지사택은 알아야 할 바를 잘 분별하여 아는 것을 말하며, 법의사택은 부처의 가르침이 어떤 부류의 가르침인가를 잘 분별하여 아는 것을 말한다.
초조대장경은 고려 사람들이 국내에 전하는 것 외에 송나라 대장경을 바탕으로 삼은 경우에도 체재는 따르지만 번각(飜刻)하지 않고 다시 써서 정각하였기에, 조판술의 우수성을 돋보이게 하였다. 또한 거란 대장경의 경우는 판하본(板下本)을 새로 마련하여 새겨 고려의 독자성을 지켰다. 초조대장경은 고려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가치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