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려 현종(1011∼1031) 때 거란의 침입을 부처님의 도움으로 물리치고자 유가행파(瑜伽行派)의 기본 경전 중 하나인『유가사지론』을 목판에 새겨 찍고서 두루마리로 제본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찍어낸 대장경인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 가운데 하나로, 당나라 현장(玄奘, 602∼664)이 646∼648년에 한역(漢譯)한『유가사지론』100권 중 제32권이다.
목판본인 책은 축으로 된 1권 1책이다. 각 장은 세로 28.8㎝, 가로 44.8㎝로, 전체 25장이며, 제책은 두루마리인 권자장(卷子裝)이다. 본문의 행자 수는 23행 14자이다. 감색의 표지에 금니(金泥)로 책 이름과 권차, 천자문으로 함의 순서를 적은 함차(函次)를 적어 놓았는데, ‘삼십이화(三十二禍)’와 같이 권차와 함차만 남아 있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종이의 재질이나 인쇄된 상태로 보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가사지론』권15(국보, 1992년 지정)와 같은 시기인 11세기에 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수(張數)의 표시는 해인사 대장경의 ‘장(張)’자와는 달리 ‘장(丈)’자로 되어 있고, 마지막 장인 제25장은 책 이름이 있는 다른 장과는 달리 장의 차례와 함의 순서 표시만 되어 있다.
이 책은 송성문씨가 소장하였다가 2003년에 『대보적경(大寶積經)』권59(국보, 1988년 지정), 초조본『현양성교론(顯揚聖敎論)』권12(국보, 1992년 지정), 초조본『유가사지론』권15(국보, 1992년 지정) 등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한편 같은 시기 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조본『유가사지론』권3, 권33, 권38, 권89 등은 호림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유가사지론』권32는 제1분의 본지분(本地分)에 속한 17지(地) 중에서 13번째 성문지(聲聞地)의 제3유가처(瑜伽處)에 해당한다.
설교를 듣고 자신을 구제할 목적으로 불도를 닦는 사람들은 성문, 독각, 보살 등 세 단계로 나뉜다.가르침을 듣는 사람들인 성문은 제일 낮은 수준으로, 스승의 방조 아래서만 불도를 닦을 수 있다. 성문지는 성문의 경지란 뜻으로, 성문의 불도수양을 논설하고 있다.
제3유가처는 유가수양에 대하여 설명한 셋째 부분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처음 수양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스승을 찾아가는 절차와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방법을 다섯 가지로 논설하고 있다. 첫째, 유가수행을 위해 스승을 찾는 제자는 마음을 올바르게 가진다. 둘째,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셋째, 스승은 제자가 한 가지 생각에 정신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스승은 제자의 불도수양을 방해하는 마음 속의 장애를 없애 줄 방도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다섯째, 스승은 제자가 뜻을 바로 가지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제3유가처의 내용은 제자가 스승을 대하는 태도와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방법을 논설하면서 배우거나 가르치는 것의 주된 목적은 세상을 벗어나는데 있다는 것을 설교하고 있다.
초조대장경은 고려 사람들이 국내에 전하는 것 외에 송나라 대장경을 바탕으로 삼은 경우에도 체재는 따르지만 번각(飜刻)하지 않고 다시 써서 정각하였기에, 조판술의 우수성을 돋보이게 하였다. 또한 거란 대장경의 경우는 판하본(板下本)을 새로 마련하여 새겨 고려의 독자성을 지켰다. 초조대장경은 고려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가치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