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은 당나라 반랄밀제(般刺蜜帝)가 처음 한역하고 중국 송나라 휘종 때 온릉(溫陵) 개원련사(開元蓮寺)의 계환(戒環)이 요점을 뽑아 주해한 불경으로,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수능엄경(首楞嚴經)』 혹은 『능엄경(楞嚴經)』으로 일컫는다.
『능엄경』은 심성의 본체를 천명한 대승(大乘)의 비밀부(秘密部)에 속하는 불경으로서 한국에서는 주로 선가(禪家)에서 독송·연구되었으며, 불교 강원 사교과(四敎科)의 하나로 학습되었던 경전이다. 한문본과 언해본이 여러 차례 간행되어 배포되었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판본도 아주 다양하다. 1462년(세조 8)에 간경도감에서 세조 7년(1461)에 간행된 을해자본을 교정하여 다시 목판본으로 간행한 것이다.
간경도감은 불경간행을 국가적 사업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왕권으로 설치한 임시 기구로 설치 이후 세조의 불경간행사업을 도맡아 추진하였으며, 불경 중에 『능엄경』은 이러한 세조의 불경간행에 핵심적인 자료로 알려져 있다. 세조가 친히 구결을 달고, 여러 중신들에 의해서 언해가 이루어졌다.
세조 8년(1462) 8월에 계양군(桂陽君) 이증(李增)이 도제조가 되고, 윤사로(尹師路)·황수신(黃守身)·박원향(朴元享) 등이 관여하였다.
『능엄경』 언해본의 계통은 첫 번째가 1461년 간행한 을해자본이고, 두 번째가 그 이듬해인 1462년에 간행한 간경도감본이다. 그 외에도 을해자본과 간경도감본의 번각본으로 알려진 판본이 있다. 간경도감본으로 동국대학교 도서관 소장본(국보, 1984년 지정)은 10책 완질이 남은 것이고, 현담문고 소장본(보물, 1984년 지정)은 권1과 권5가 빠진 8권 8책이 남은 것이다.
인쇄상태가 매우 좋으며 표지에 제첨으로 『대불정수능엄경』이 인쇄되어 있다. 처음에는 표지를 감싼 포배장(包背裝)으로 만들었으나, 후에 겉표지까지 같이 꿰맨 선장(線裝)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판식은 사주쌍변(四周雙邊)이고, 반광(半匡) 크기는 22∼23㎝×18∼19㎝이다. 본문에는 계선(界線)이 있으며, 9행에 대자17자, 소자쌍행으로 되어 있다. 판심은 상하대흑구에 상하내향흑어미이다. 8책 중에 권7의 1책을 제외하고 나머지 7책에 ‘교정(校正)’인이 날인되었는데, 모두 서미(書眉)가 아닌 권수제 하단의 서각(書脚)에 날인하였다.
『능엄경』은 번뇌(煩惱)에 가득찬 마음을 버리고 묘명(妙明)한 마음을 밝히는 것이 그 요지이고, 이를 위한 실천 수행으로 계율을 청정히 지켜 선정(禪定)을 닦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서지학과 국어사자료로서 능엄경언해본은 대단히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특히 간행의 주관기구인 간경도감과 관련해서는 간경도감의 서적간행활동을 중심으로 다룬 연구에서 간행의 과정, 역사학적 의미, 인쇄기구로서의 간경도감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비록 2권이 결락되었지만, 15세기 우리말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국어학적으로 의미가 크며, 그 당시 불서와 언해본 간행의 핵심적인 자료로 한국 인쇄문화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