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은 ‘지장경(地藏經)’이라고도 불리며, 지장신앙(地藏信仰)의 기본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당나라의 법등(法燈)이 한문으로 번역한 것을 저본(底本)으로 1469년(예종 1)에 세종의 둘째 딸인 정의공주(貞懿公主)가 죽은 남편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시재(施財)하여 간행한 불교 경전이다.
권하(卷下)의 뒤에는 ‘차경출대장비밀경횡자함(此經出大藏秘密經橫字函)’이란 기록이 있어, 이 책의 저본이 대장경의 횡함(橫函)에 수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서 1469년(예종 1)에 김수온(金守溫)이 쓴 발문(跋文)에는 세종의 둘째 딸인 정의공주의 남편인 양효공(良孝公)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수륙의문(水陸儀文)」, 「결수문(結手文)」, 「소미타참(小彌陀懺)」,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지장경(地藏經)」을 판각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변란은 사주쌍변(四周雙邊)이고, 반곽(半廓) 크기는 23.7㎝×15.5㎝이다. 계선(界線)이 있으며, 반엽(半葉)을 기준으로 7행 15자씩 배자되어 있다. 판심 부분에는 상하로 대흑구(大黑口)가 보이고, 상하내향흑어미(上下內向黑魚尾)로 되어 있다. 판심제는 ‘지(地)’로 아래에는 권차(卷次)와 장차(張次)가 표시되어 있다.
표지에는 ‘지장경(地藏經)’의 서명이 쓰여 있고, 본문에는 한자로 된 약체 구결(口訣)이 보인다. 비록 서사자(書寫者)는 확인할 수 없으나, 당시 활약했던 성임(成任)의 글씨로 보이며 자체(字體)는 송설체(松雪體)와 유사하다.
주요 내용은 지장보살(地藏菩薩)이 지옥(地獄)에서 고통받는 중생(衆生)을 천도(薦度)하여 극락에 이르게 하는 내용과 의식 방법을 다루고 있다. 또한 극락세계에 왕생(往生)하도록 하는 데에 대한 공덕(功德)이 열거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행해지는 죽은 부모를 천도하는 재의식(齋儀式)과 사찰에 흔히 보이는 명부전(冥府殿)은 바로 이 경전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맨 앞에는 석가모니가 설법하는 변상도가 있으며 이어 대왕대비(大王大妃), 인수왕비(仁粹王妃), 왕대비(王大妃), 주상전하(主上殿下), 왕비전하(王妃殿下)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패기(牌記)가 적혀져 있으며, 위태천상(韋太天像)을 수록하였다.
발문의 끝에는 ‘유치우원찰삼각산도성암(留置于願刹三角山道成菴)’이란 기록이 경판(經板)을 정의공주의 원찰인 삼각산 도성암에 보관한 것을 알 수 있다. 시주자 명단에는 대시주 정의공주를 비롯한 시주명이 있고, 권돈일(權頓一), 사부귀(史富貴), 고말종(高末終), 고산(高山), 박군실(朴群實), 이장손(李長孫), 김산수(金山守), 귀원(貴原) 등 8명의 각수명이 있다.
본서는 조선 초기 왕실 발원본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변상도가 있고 구결이 기재되어 있어 판화사, 불교학, 서지학, 국어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