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 법등(法燈)이 한역(漢譯)한 것을 저본(底本)으로 1453년(단종 1)에 전라도 화암사(花巖寺)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된 불교 경전으로, 지장보살(地藏菩薩)이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내용과 의식을 담고 있다. 1989년 보물로 지정되었고, 현재 서울 서대문구 현담문고에 소장되어 있다.
권상의 뒤에는 발원문(發願文)에 이어 ‘경태사년계유팔월화암사개판(景泰四年癸酉八月 花岩寺開板)’이란 간기(刊記)가 보이고 있어 1453년에 전라도 고산[현, 전북특별자치도 완주와 충청남도 논산 지역의 옛 지명] 화암사에서 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간기 다음에는 간행에 참여한 명단이 기록되어 있는데, 시주질(施主秩)과 시주질의 끝에는 각수(刻手) 대선사(大禪師) ‘의명(義明)’과 서사(書寫) ‘공암(空菴)’, 화주(化主) ‘해운(海云) · 혜준(惠俊)’이라는 이름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서 이 책은 화주 해운과 혜준의 주관으로 공암이 쓴 글씨로 판하본(板下本)을 만들어, 이를 각수 의명이 새겨서 간행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8침(針)으로 개장(改裝)한 선장본(線裝本)으로 책크기는 28.7㎝×17.7㎝이다. 표지에는 제첨이 있고, 제첨위에 ‘지장경(地藏經)’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다.
판식의 특징을 살펴보면, 변란(邊蘭)은 상하단변(上下單邊)이고, 권자본(卷子本) 또는 절첩(折帖)으로 된 고려본을 저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반곽(半廓) 크기는 대체로 세로 22.0㎝, 가로 15.8㎝이며, 계선(界線)은 보이지 않고, 반엽을 기준으로 7행 16자로 되어 있다.
자체(字體)는 서사자가 공암으로 되어 있는데, 하권은 서체가 상권과는 상당히 달라 서사자가 2명 이상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질(紙質)은 순수한 저피(楮皮)만을 사용하였고 각 장마다 훼손의 흔적이 없이 깨끗하므로 인출 후 복장(腹藏)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지장보살본원경』은 부처님이 도리천(忉利天)에서 어머니 마야부인(摩耶夫人)을 위하여 설법한 것을 모은 것이다. 지장보살은 한 중생이라도 지옥의 고통을 받는 자를 구원해주는 보살로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근거하여 그를 대원본존(大願本尊)으로 신봉하고 있다. 또한 내용 중에는 지옥의 여러 모습이 자세히 설하여져 있고, 부모나 조상들을 지옥으로부터 천도하여 극락에 왕생하도록 하는 데 대한 공덕들이 열거되어 있다.
조선 전기에 전라도 화암사에서 간행된 판본으로 판식상에 고려본의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간행의 주체들이 명시되어 있어 조선 초기 불교판본 연구에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