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번갑은 원래 당나라때 사용되던 갑옷으로서 가금에 커다란 호심경(護心鏡)이 달린 갑옷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번갑은 당나라의 경번갑과는 구조가 다르며, 철찰(鐵札)과 철환(鐵環)을 교대로 엮어서 만들어 쇄자갑의 방어력을 보완하기 위해 곳곳에 철판을 함께 엮은 갑옷이다. 중동, 터키, 러시아, 중앙아시아와 인도에 이르기까지 사용된 경번갑의 일종을 Bakhteretz라고 하며, 그 외 국가에서는 Korazin으로 불리운다.
경번갑은 고려시대 정지(鄭地)장군의 유물이 1점 전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말부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1414년(태종 14)의 기록에, ‘가죽으로 갑을 꿴 갑옷은 여러 해가 지나면 끊어져 버리고 또 수선하도록 하면 그 폐단이 끝이 없을 것이다. 또 녹피(鹿皮)를 재촉하여 바치게 했는데 그 수도 적지않다. 내가 생각건대 철로써 꿴다면 썩지 않고 단단할 것이니 폐단도 없앨 수 있다’는 내용과 ‘경번갑 제작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최해산을 파직’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종전에 사슴가죽으로 엮어서 만들던 철찰갑을 쇠고리로 엮어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임진왜란에 조선군이 모두 쇠사슬과 철판을 조합해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중기까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두루마기 모양으로 된 포형 갑옷 형태로 철찰과 철환을 교대로 엮어서 만들었다. 상·하의가 하나로 되어있고, 가운데가 열려 있으며, 어깨와 팔은 철판없이 고리만을 사용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였다.
정지장군의 경번갑은 총 길이 70㎝, 가슴둘레 79㎝, 소매길이 30㎝로 세로 7.5∼8㎝, 가로 5∼8.5㎝의 철판에 구멍을 뚫어 철제 고리로 연결하였다. 앞면에는 철판 6조각을 한 줄로 연결한 것이 6줄이 있고 그 중 두 줄은 여미게 되어 있고, 뒷면은 7조각을 한 줄로 연결한 것이 5줄로 등을 가리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