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정갑(頭釘甲)은 두루마기 형태(袍形)의 옷 안에 갑옷미늘을 부착하는 방식의 갑옷이다. 두정갑은 겉에서 보면 갑옷미늘이 보이지 않고 갑옷미늘을 고정시키는 못머리(頭釘)만 보인다.
문헌기록상으로는 두정갑옷은 조선 성종때 간행된 『국조오례의서례』 ‘병기도설’(兵器圖說)에 처음 등장한다. ‘병기도설’의 두정갑은 두 종류로 실전용인 철두정갑과 방호재인 찰이 없는 의장용 황동두정갑이 있었다. 먼저 실전용인 철두정갑은 청금포로 옷을 만들고 옷의 안쪽에 쇠로 만든 찰을 촘촘히 대고 겉에 쇠못을 박아 고정한 형태다. 반면 의장용 황동두정갑은 홍단자로 만들며, 갑옷의 안쪽에 연기를 쏘인 사슴가죽을 대고 겉에 황동으로 만든 못을 박아 고정한 형태다. 또한 철두정갑과 달리 소매를 별도로 만들어 끈으로 연결하도록 제작되었으며, 붉은색으로 짠 넓은 조대를 허리에 두른다.
이후 조선 후기에 평화가 오래 지속되자 일부 장수들은 두정갑 대신 장식갑옷을 입는 경우가 있었다. 장식갑옷은 두정갑과 겉모습이 똑같지만 내부에 갑옷미늘이 없다. 갑옷미늘이 없으므로 방호력도 약하고 당연히 실제 갑옷으로서의 효과는 없다.
현전하는 두정갑은 이봉상(李鳳祥)의 원수·부원수용 두 벌이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밖에는 장군 정충신(鄭忠信)·정공청(鄭公淸)·조필달의 유물이 각 한 벌씩 전한다. 부산 충렬사에 세 벌, 국립민속박물관, 창덕궁, 온양민속박물관에도 소장하고 있어 현존 유물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 현재 남아 있는 조선시대 갑옷 중 대부분이 두정갑인 만큼 조선 후기까지 보편적으로 이용된 갑옷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존 유물을 통해서 본 두정갑옷은 형태는 깊게 파인 U자형 깃에 직배래이며 합임식인 포형(袍形)으로 깃에는 흑색명주를 4㎝너비로 달았는데 우측의 상단은 떨어져 나갔다. 재질로는 겉감은 붉은 색모인데 거의가 해어져 앞길은 우측길 상단과 좌측길 어깨부분만이 뒷길은 우측만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안감은 청색 무명이며 심지는 발이 굵은 백색 무명을 두겹 누볐으며 그 위에 창호지를 덧대고, 그 위로 다시 무쇠철편을 앞·뒷길의 거단에서 50㎝ 이르는 곳까지, 소매는 진동선까지 부착시켰는데 겉에서 횡선으로 황두정(黃豆釘)을 박아 고정시켰다. 따라서 두정갑은 겉에서 보면 갑옷미늘이 보이지 않고 갑옷미늘을 고정시키는 못머리(頭釘)만 보인다. 두석린갑옷과 반대로 형성된 방식의 갑옷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