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판, 130면. 1975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발행하였다. 책 끝에 작자의 연보와 조태일(趙泰一)이 쓴 편집후기가 실려 있다. 제1부, 제2부, 제3부로 나뉘어 46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이 시집은 작자의 후기시를 대표하는 시집으로, 작자가 사망한 이후에 발행되었다. 편집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작자가 생전에 발행했던 5권의 시집인 『김현승 시초(詩抄)』(1957),『옹호자의 노래』(1963),『견고한 고독』(1968),『절대고독』(1970),『김현승시전집』(1974)에 실려 있지 않은 시들을 거의 빠짐없이 수록했다. 제1부에는 「신년기도」등 25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1970년에 발행한 『절대고독』 이후 타계할 때까지의 시편들이다. 제2부에는 「생명의 합창」 등 20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문단데뷔 이후 1970년 사이에 쓴 작품들이다. 제3부에는 「세계는 위대하다」 등 11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기념시 및 행사시들이다. 제1부에 실린 작품 중에서 특히 「지각(知覺)」, 「촌 예배당」, 「울려라 탄일종」, 「부활절에」 등에는 고독의 세계에서 벗어나 종교에 절대 귀의했던 작자의 내면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촌 예배당」에서 작자는 “깊은 산골에 흐르는/맑은 물소리와 함께/나와 나의 벗들의 마음은/가난합니다/주여 여기 함께 하소서”라고 하면서, 자신이 거부하고 저항하던 신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으며, 「마지막 지상에서」에서는 “나의 넋이여,/그 나라의 무덤은/평안한가” 라고 하여 사후에 이르게 될 천국을 소망하기도 한다.
작자는 시세계의 중기에 이르러, 초기의 경건한 기독교적인 경향에서 벗어나 기독교에 회의를 느끼고 고독에 몰입한다. 그러다가 후기에 이르러 다시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절대적인 신앙심을 표현한 작품들을 발표하게 된다. 『마지막 지상에서』는 작자의 후기시 경향을 잘 드러낸 작품집이다. 경건한 기독교사상을 노래한 초기시를 거쳐 반기독교적인 경향을 노래한 중기시를 지나 기독교에 절대귀의한 후기시에 이르기까지, 작자의 시적 생애가 기독교를 중심으로 펼쳐졌음이 특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