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25면. 1959년 백자사(白磁社)에서 발행하였다. ‘꽃과 잃어버린 신’, ‘부활의 장’, ‘전쟁과 꿀벌’, ‘노고산.종점’, ‘바다의 역설’ 등 총 5부로 나뉘어 24편이 수록되어 있다. 서문은 없고, 책의 끝에 전봉건(全鳳健)의 발문이 있다.
작자의 시세계는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전쟁체험과 반전의식을 다룬 것으로,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김광림·전봉건·김종삼 합동시집, 1957),『상심하는 접목』(1959)이 있다. 두 번째는 서구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통한 명징한 시세계를 보여준 것으로,『심상의 밝은 그림자』(1962),『오전의 투망』(1965) 등이 있다. 세 번째는 일상 속에서의 좌절과 갈등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 『갈등』(1973),『한겨울 산책』(1976) 등이 있다. 네 번째는 아이러니를 통해 현실의 본질을 탐구한 것으로,『바로 설 때 팽이는 운다』(1982) 등이 있다. 『상심하는 접목』은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시집으로, 작자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것을 소재로 하여 쓴 작품들이다. 작자가 체험한 전쟁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한 비극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그 상처를 복원하려는 의지 또한 강하게 나타난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꽃'은 전쟁으로 인한 폐허에서 그것을 딛고 일어서려는 작자의 생명의지, 회복의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시집의 발문에서 전봉건은 “시집 『상심하는 접목』에 흐르는 김광림씨의 자기대로의 목소리- 그 ‘오리지나리티’는 앞으로 더 풍요한 과일나무로 자랄 것”이라고 하면서 “정밀하게 선택된 언어들은 선명한 의미와 음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새로운 감정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렇게 볼 때 『상심하는 접목』은 작자의 시세계가 개성을 지니고 다양하게 펼쳐질 것을 예고하는 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며, 또한 작자가 후에 표방하는 ‘주지적 서정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