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외 30절판형. 146면. 1983년 5월 25일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발행하였다.
책의 끝에 나해철(羅海哲)의 발문 〈새벽 풀밭의 시인〉과 작자의 후기가 실려 있다. 제1부에 「부여」외 18편, 제2부에「그리운 남쪽」외 22편, 제3부에 「희망을 위하여」외 10편, 제4부에 「대인동 1-10」등 총 63편이 수록되어 있다.
『사평역에서』는 작자의 첫 시집으로,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그리움이나 외로움 등을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작자는 이것을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이와같은 작가의 시세계는 그의 대표작인 「사평역에서」에 잘 드러난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중략)/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사평역에서」에서)는 이 작품은, 시골의 기차역을 배경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품 속의 배경이 우울하고 어두운 삶의 공간이면서도 따뜻하고 평화로운 감정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어가는 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들이 고통스런 현실에 저항하기보다 현실을 긍정하고 수용하는 화해와 순응의 자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적 대상들의 이런 태도는 ‘많은 순간 절망보다는 희망을, 고통보다는 사랑을 노래하기 위하여 힘쓸 것’(작자의 〈후기〉에서)이라는 작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하겠다.
작자는 현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현실에 대한 고통과 절망을 노래하면서도 그것을 서정적인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자는 이 시집에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 형식을 통해 전달하면서, 이들이 현실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응전하면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자세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작자는 그러한 상황을 주로 자연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서정성과 예술성의 확보에 성공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