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외 30절판. 101면. 1986년 7월 20일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행하였다.
책 앞에 작자의 자서(自序)가 있고, 끝에 김현의 해설 〈치욕의 시적 변용〉이 있다. 「서시」외 7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작자의 두 번째 시집인 『남해금산』은 서사구조를 가진 시집으로, 치욕스런 삶을 사는 아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시집에서 작자가 말하는 치욕의 의미를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다음의 시를 보면 그 불분명한 치욕의 정황이 어렴풋이 드러난다. ‘그리고 다시 안개가 내렸다 이곳에 입에 담지 못할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말을 하는 대신 무릎으로 기어 먼 길을 갔다 (중략) 가담하지 않아도 창피한 일이 있었어! 그때부터 사람이 사람을 만나 개울음 소리를 질렀다//그리고 다시 안개는 사람들을 안방으로 몰아넣었다 소곤소곤 그들은 이야기했다(중략)//아, 이곳에 오래 입에 담지 못할 일이 있었다…...’(「그리고 다시 안개가 내렸다」에서). 이 시를 통해 볼 때 ‘치욕의 사건’은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내용은 ‘입에 담지 못할 일’이라고 할 뿐,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치욕의 흔적은 「치욕에 대하여」,「자주 조상들은 울고 있었다」,「아득한 것이 빗방울로」,「 치욕의 끝」,「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등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러한 치욕의 상황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은 모성이다. 작자는 모성을 통해 치욕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들어서게 된다. ‘사랑하는 어머니/당신의 이름을 힘겹게 부를 때마다/임종의 괴로움을 홀로 누리시는 어머니,//불러 주소서/그 눈짓, 그 음성으로/죄의 한 아이를…...’(「성모성월(聖母聖月) 1」에서). 이 시에서 작자는 모성의 전형인 성모마리아를 향해 죄인인 자신을 사랑으로 불러 달라고 기도한다. 치욕과 고통의 삶이 모성을 통해 구원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모성과의 합일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고자 하는 작자의 의식이 잘 드러난다.
『남해금산』에서 작자는 치욕적인 삶 속에서 방황하다가 모성을 통해 그것을 극복해가는 시적 화자의 상황을 서사구조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자는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를 통해 실험적인 시세계를 보여줌으로써 한국의 전통적인 시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두 번째 시집인 『남해금산』에서 작자는 첫 번째 시집에서와는 달리 한국적 서정에 바탕을 둔 전통적 시쓰기라는 방법론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방법론적 변화를 시도하면서 쓴 『남해금산』은 그 전에 나온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