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947년 백민문화사(白民文化社)에서 발행하였다. 속표지 제목 아래에 정형(定型). 압운(押韻). 서사시(敍事詩)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면에서 6면까지가 권두사이고, ‘여긔는 서해바다 고요한 사포(沙浦)’(서곡 (序曲) )가 12면까지, ‘방석우에 고요이 눕는 어린혼(魂)’(생장(生長) )이 23면까지, ‘못믿을건 이세상 쓰라린운(運)의’(몰락)가 36면까지, ‘남북하늘 깜하케 도는 제비들’(이향(離鄕), 만주(滿洲), 귀향(歸鄕) )이 76면까지, ‘드나는 물바다까 쌓은 모래성’(영애(永愛),이향(離鄕) )이 108면까지, ‘잦은닭은 꼬꾸요 꼬꾸요 울제’(재회)가 126면까지로 이루어진 장편 서사시집이다.
『먼동 틀제』의 권두사를 보면, 이 작품을 쓴 것은 1930년 12월 9일인데, 이날부터 18회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를 했다. 동아일보에 연재할 당시의 제목은 『지새는 밤』이었다. 『지새는 밤』은 동아일보에 연재된 후 1931년에 보충하여 간행하고자 했으나 검열에 걸려 중단했다가 약간의 가필에 결말을 보충하여 1947년에 『먼동 틀제』로 간행하였다고 작자는 밝히고 있다.
『먼동 틀제』는 작자가 한국역사의 비극적 상황을 인식하고 조선혼을 강조하기 위하여 7.5조 4행시의 엄격한 정형압운의 형식을 지켜 제작한 장편서사시집이다. 작자는 이 시집에서 주인공 상철(相哲)과 영애(永愛)의 생장과 몰락, 이별과 재회를 민족의 비극적 상황을 바탕으로 구성하고 있다. ‘여긔는 서해바다 고요한 사포(沙浦)’에서는 ‘서곡(序曲)’이라는 소제목 아래 평화로운 어촌의 삶과 풍경을 그리고 있다. ‘방석우에 고요이 눕는 어린혼’에서는 생장(生長)이라는 소제목 아래 상철과 영애의 만남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못믿을건 이세상 쓰라린운(運)의’에서는 ‘몰락’이라는 소제목 아래, 일본의 침입과 착취, 극심한 가난을 참다 못해 북간도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상황 등을 묘사하고 있다. ‘남북하늘 깜하케 도는 제비들’에서는 ‘이향(離鄕)’, ‘만주(滿洲)’, ‘귀향(歸鄕)’이라는 소제목 아래, 일제의 핍박과 가난을 견디지 못해 사랑하는 영애를 두고 고향을 떠나가야 하는 상철의 아픈 심정과, 만주에서의 힘겨운 삶,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과정 등을 그리고 있다. ‘드나는물 바다까 쌓은 모래성’에서는 ‘영애(永愛)’, ‘이향(離鄕)’이라는 소제목 아래, 상철이 떠나간 후의 영애의 슬픈 심정, 가난으로 아버지와 남동생을 잃고 어머니와 둘이서 고향을 떠나는 상황, 타향에서의 결혼의 실패, 생계를 위해 매화(梅花)라고 이름을 바꾸어 기생으로 살아가는 영애의 상황 등을 그리고 있다. ‘잦은닭은 꼬꾸요 꼬꾸요 울제’에서는 ‘재회’라는 소제목 아래, 귀향한 뒤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던 상철이와 기생이 된 영애가 술집에서 다시 만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먼동 틀제』는 일제의 침략과 약탈로 인해 만주나 북간도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의 처참한 삶을 그린 장편서사시집이다. 『먼동 틀제』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작자는 한국적 시형 탐구의 한 방법으로 이 서사시집을 창작했다. 따라서 『먼동 틀제』는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당시의 민족 현실을 표현하려는 작자의 의도를 반영한 시집으로, 민요형식과 서사시 형식을 결합한 하나의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