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형. 97면. 정민문화사에서 1951년 6월 1일에 발행하였다.
시집의 속표지 다음에 구본웅(具本雄)이 그린 ‘저자소초’가 있고, 「서시」에 이어 목차, 「출진부」, 「세기의 비극」, 「어느 군인의 독어(獨語)」, 「군인관상」, 「무제」, 「재회」, 「내 사랑」, 「자유의 종」, 「어느 사람에게」, 「애욕」, 「조춘」, 「악수」, 「연희고지」 등 13편의 작품, 김용제(金龍濟)의 「발(跋)」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의 「서시」는 6ㆍ25 전쟁 중 ‘연희고지 공격전’에서 전사한 아우 ‘기순(基純)’을 호명하며 시작한다. 즉, 이 시집은 자신의 동생을 포함한 “여러 용사의 원한을 풀어 주려”는 창작동기를 지니고 있다.
표제작 「연희고지」는 412행에 이르는 장시이다. 총5부로 구성된 이 시는 “내 뒤에 곧 따라 올라온/미 해병대 사이드 중위도 또한/고통을 못 이기는 표정으로/바로 내 앞 구렁에 폭 엎드러진다/앗! 저걸 어쩌나/석류를 터트린 듯한/샛빨간 핏줄기가 줄줄 내솟는다”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전투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이러한 격전의 현장 묘사와 함께 적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고발, 부상을 당한 화자의 생존의지, 자유에의 갈망 등을 다루고 있다.
이영순의 『연희고지』는 전쟁 중에 발표된 시집으로, 참전 군인이 전투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전시문학으로서의 그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전투의 현장에만 주목한 나머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대한 실존적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