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89면. 창원사에서 1976년 3월 15일에 세로 조판으로 발행하였다.
시집의 표지 다음에 김영태(金榮泰)가 그린 ‘저자 소묘’가 있고, 시인의 ‘자서’, 목차, Ⅰ부∼Ⅲ부에 총31편의 작품, 허만하(許萬夏)의 해설(「칼의 구조」)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의 제목은 시인이 ‘자서’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시집에 수록된 「랑겔한스섬의 가문 날의 꿈」에서 따온 것이다. 여기서 ‘한발(旱魃)’은 ‘가뭄을 뜻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가뭄을 맡고 있는 귀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꿈꾸는 한발』은 자신의 1, 2시집과 달리 세계에 대한 철저한 대립적 부정정신을 특징으로 한다.
예를 들어 ‘비’를 소재로 한 경우, 첫 시집 『적막강산』에서는 “천지에 자욱한 가랑비 내리니/아 이 적막강산에 살고 싶어라”(「비」)와 같이 긍정적이고 융합적 태도를 취하나, 이 시집에서는 “터진 내장(內臟)이다/한 무데기 회충(蛔虫)을 쏟는다/어느새 기정사실이 되어버린/이 연금상태”(「장마」)라는 표현에서 보듯 부정적이고 비판적이다.
이를 시인은 “20대의 자연 발생적 서정”의 세계에 “회의를 품고 새로운 시를 찾아 나선 방황”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의식적으로 장밋빛 꿈을 배제하고, 세계와의 화해를 거부한’ 실험적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허만하는 해설에서 ‘존재의 근본적인 부조리에 대한 싸움’이라고 언급했다.
이 시집은 첫 시집 『적막강산』(1963)이나 두 번째 시집 『돌베개의 시』(1971)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첫 시집에서 세계와 자아의 합일을 꿈꾸는 순수 서정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면 두 번째 시집에 와서는 절망, 허무, 죽음 등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1,2시집에 나타난 자연관이나 세계관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세 번째 시집에 오면, 세계와 자아는 대립하고 거부하는 양상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노력은 ‘죽음의 허망에서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 영원을 지향하는 어떤 정신의 극점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