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형. 142면. 신구문화사에서 1959년 12월 10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시인의 ‘서문’, 차례, 제1부∼제6부에 걸쳐 총59편의 작품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의 ‘서문’에서 시인은 『청록집』에 실린 자신의 작품과 첫 개인시집인 『산도화』에 실린 작품이 초기의 것이라면, 이 시집에 실린 작품은 중기(中期)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시집에는 초기의 자연친화적 성격에서 벗어나 생활의 문제와 현실을 노래하는 작품이 많다. 예를 들어 “오늘 나의 밥상에는/냉이국 한그릇/풋나물무침에/신태(新苔)/미나리김치/투박한 보시기에 끓는 장찌개”(「소찬(素饌)」)에서 보는 것처럼 가난하지만 소박한 삶을 잔잔하게 노래하거나, “당인리 변두리에/터를 마련할가보아/나이는 들고……/한4ㆍ5백평(돈이 얼만데)/집이야 움막인들/그야 그렇지. 집이 뭐 대순가/아쉬운 것은 흙/오곡이 여름하는/보리ㆍ수수ㆍ감자/때로는 몇 그루 꽃나무/나이는 들고……”(「당인리 근처」)에 나타나는 것과 같이 가정에서의 일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또 “적산가옥(敵産家屋) 구석에 짤막한 층층계……/그 이층에서/나는 밤이 깊도록 글을 쓴다/써도 써도 가랑잎처럼 쌓이는/공허감(空虛感)/이것은 내일이면/지폐가 된다/어느 것은 어린것의 공납금(公納金)/어느 것은 가난한 시량대(柴糧代)/어느 것은 늘 가벼운 나의 용전(用箋)”(「층층계」)에 나타나는 것처럼 가족을 생각하는 가장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편으로 “관(棺)이 내렸다/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주여/용납(容納)하옵소서/머리맡에 성경(聖經)을 얹어주고/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좌르르 하직(下直)했다”(「하관(下官)」)에서 보듯 인생의 무상함과 생사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시도 눈에 띈다.
또한 고향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시들도 있는데 “참말로/경상도 사투리에는/약간 풀냄새가 난다/약간 이슬냄새가 난다/그리고 입안이 마르는/황토흙 타는 냄새가 난다”(「사투리」), “밤차를 타면/아침에 내린다/아아 경주역”(「사향가(思鄕歌)」) 등의 작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편, 이 시집의 제5부에 실린 「등의자(藤椅子)에 앉아서」라는 작품과 제6부에 실린 「산(山)ㆍ소묘(素描)」 연작은 산문시로 된 작품이다.
이 시집은 박목월의 두 번째 개인시집으로 자연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의 체험을 시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초기시의 감각적 단순성을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