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외 판형. 205면. 1962년 11월 10일에 동국문화사에서 발행하였다.
서문이나 발문, 후기는 없으며 책의 끝장에 제목 없이 후기에 해당하는 글이 6줄 실려 있다.Ⅰ부에 「생명의 향연」외 6편, Ⅱ부에 「일몰」외 5편, Ⅲ부에 「봄은 또하나의 실화(失話)를」외 6편, Ⅳ부에 「흐르는 창변에」외 7편, Ⅴ부에 「낙엽의 노래」외 5편, Ⅵ부에 「가을」외 6편 등 모두 41편이 수록되어 있다.
『여사시집(麗史詩集)』은 작자의 첫 시집으로, 분단과 6.25라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자는 암울한 상황에 놓인 현실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한 다음, 그러한 결핍된 삶의 조건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고 구원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작품을 쓰고 있다. ‘불모의 땅이라/한포기 싸리도 나지 않는 모래땅이라/(중략)/여기에 사람은 살지 않았고/태양은 한 마리 외로운 짐승처럼 굴러다녔다’(「불모의 땅」에서)에서 보듯이, 결핍된 삶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별이나 상실감 등이 작품을 이루는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와같은 상실감은 스스로가 지닌 힘에 의해 극복되면서 구원을 향한 의지로 표출된다.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리/기다리지 않아도 좋으리//우리는 지상에 떨어진 수만의 별들/제각기의 길을 가는 각각의 그림자/나와 더불어 이 세상 어느 한 구석에/살아있다는/다만 살아있다는 그것만으로/다행한 우리들’(「생명의 향연」에서)에서와 같이, 작자는 결핍된 현실을 직시한 다음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아! 나는/얼어 붙은 창밑에 손끝을 녹이며/너 돌아 오는 날/개선의 새벽까지 살아야겠다’(「환별(歡別)」에서)는 대목에서도 그와같은 작자의 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작자의 첫 시집인 『여사시집』은 분단과 6.25 전쟁 등 정신적인 황폐감과 결핍된 삶의 조건 속에서 방황하고 고뇌하는 작자의 내면이 잘 드러난 시집이다. 작자는 자신이 처한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 고통을 통해 독자들 스스로가 위안을 얻게 하고 있다. 다소 관념적이며 감상적인 언어들이 직설적으로 드러나지만, 상실된 삶의 조건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그 후의 시세계가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