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여상현이 그 동안 쓴 시를 취합하여 정음사에서 발행한 시집이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흔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의 첫 부분에는 시인의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가로 126㎜, 세로 188㎜, 144면. 두꺼운 표지의 정장본, 홈모등, 철사매기. 표지 제자와 그림은 판화기법을 사용하였으며, 표제지에는 정현웅의 것으로 보이는 서명 ‘현(玄)’이 있다.
1부는 조선문학가동맹원으로서의 여상현의 이데올로기적 입장이 반영된 작품들로 광복 후의 상황을 다룬 작품들이다. 2부와 3부는 일제 암흑기의 시기를 반영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2부와 달리 3부는 서정시편이 주를 이룬다. 4부는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에 쓴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3부와 4부는 개인적 서정의 경향이 강하고, 1부와 2부는 현실 풍자 및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여상현의 시들은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편찬한 대표 시인선에 많이 실려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시집의 제목인 ‘칠면조’는 현실 변절적 인물 내지 친일적 인물의 전형으로 해석된다. 시집 전체적인 구성을 볼 때 현실 풍자 및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작품이 전반부에 배치되어 있는 점은 시집을 발행할 당시 여상현이 지닌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이 시집에는 기존에 그가 미발표한 작품들을 대폭 수록하였으며 그가 『시인부락』에서 실험했던 모더니즘적 실험의 성향을 담고 있는 작품들은 빼거나 대폭 수정하였다.
특히 1부에 수록된 해방 이후의 시편들은 들뜬 감격의 어조나 비관적 감상 같은 극단적 정서를 충분히 내적으로 가라앉히고 당대에 살아 있는 구체적인 민중적 정서를 담담하게 형상화하여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시적 특성을 보인다. 이는 정치적 전위성을 띤 시들보다 오히려 현실 인식의 면에서 설득력 있게 읽힐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방법적 선택이었으며, 식민지 시대로부터 지속되어 온 여상현의 시적 특성 곧 개인적 내면으로 객관 세계를 수렴하는 특성의 지속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부분에서 나타나는 여상현의 시적 특성은 자기 주변의 일상사에서 보고 느낀 점을 시적 제재로 택하고 있으면서도 해방 직후라는 현실이 갖는 본질적인 모순들을 놓치지 않는 데에 있다.
다만 표제시인 「칠면조(七面鳥)」에서는 이례적인 독설처럼 여겨지는 냉소와 풍자가 가득한데,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해방이 오지 않은 채 뒤틀리고 왜곡된 사회 구조가 가시화된 것과 관련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