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7(cm), 144면. ‘상민(常民)’이란 필명으로 1948년 신학사에서 발행하였다. 표제시「옥문이 열리든 날」을 포함 25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서문 없이 발문은 김상훈(金尙勳)이 썼으며, 표지작업은 최은철(崔恩哲)이 담당했다.
김상민은 1944년 항일 결사조직 협동당(協働黨) 별동대에 가담하여 춘천, 포천,금화, 가평의 접경에 위치한 발군산을 근거로 활동하다가 1945년 1월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된다. 옥고를 치르며 몸은 쇠약해졌고 건강이 날로 악화될 즈음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고 자유의 몸이 된다. 이 때 일들을 시화하여 작품으로 만든 시편들이 시집『옥문이 열리든 날』에 일부 실려 있다.
김상민은 1945년 11월김상훈이 주관했던『민중조선(民衆朝鮮)』에 시「해방」에 실림으로써 등단한다. 이때 전위시인 유진오와 김상훈도 함께 등단했다. 이후 곧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였고, 공산당 외곽조직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정황들이 이 시집에 담겨있다.
김상훈의 발문에 따르면 김상민은 발군산의 근거지에서부터 줄기차게 시를 써서 동지들에게 읽어 주었고 대원들은 그 시를 듣고 감격과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 시집의 내용은 일제를 저주하고 항쟁하는 것을 주조로 하고 있으며, 말의 선택이나 기교에 치중하지 않고 민족적 저항의지를 정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로 고백적 서술에 의지하여 혁명의 추진력을 도모하고 있다.
김상민의 본명은 정기섭(丁驥燮)이다. 지주의 자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인간형으로 변신한다. 김상민이라는 이름은 그러한 그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증이다. 이 시집 또한 그러한 시인의 굳은 신념과 의지를 생생한 목소리로 담고 있다.
이 시집은 해방기 한국 시단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전형적인 내용과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식민지 시대 기성시인들의 위축된 삶의 자세와 협소한 세계관과 대비되어 해방기 사회 모순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적 자세로 대응한 시적 반응으로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