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105면. 현대문학사에서 1969년 12월 15일에 발행하였다.
이 시집은 신석초(申石艸)의 ‘서문’, 제1부∼제3부에 걸쳐서 총42편의 작품, 시인의 ‘후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지의 글씨는 박종화(朴鍾和)가 썼다.
이 시집의 ‘서문’에서 신석초는 김여정의 시에 “현대에 드문 고유한 서정성”과 “젊은 세대들이 그리 돌보지 않는 간결성과 소박성”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시집의 제1부에는 신석초가 1968년『현대문학』에 추천했던 작품인 「남해도」, 「화음」, 「편지」를 비롯하여 14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남해도」는 “어쩌다 외톨박이/귀 떨어진/몸//무슨 죄/무거워/내던져졌기로//조상도 모르는 채/동백꽃만 피우는고”를 전문(全文)으로 하는 간결하고 명징한 작품이다. 「편지」는 “사랑하는 마리아 릴케에게”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당신의 간단없는 노래로 하여/내 가난한 삶이/가을 들녘처럼 풍요로와지고//내 황량한 침실이 난만한 장미의 화원으로 꾸며지는 것이 아닙니까”라는 구절에서 보는 것처럼 릴케의 시에 대한 예찬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2부에는 「성냥개비」, 「빨래」, 「그대 꿈꾸는 동안」 등 14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성냥개비」는 “어머니/당신은 나를/찬물에 씻어낸 아이가 아닌/어찌하여 한낱의 위태로운/성냥개비로 낳으셨습니까”에서 보는 것처럼 ‘불안한 자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하늘 맑은 날이면/지혜로 빛나는 양은그릇에/구름처럼 비누를 풀어/영혼의 옷가지를/눈부시게 빨래한다”(「빨래」)는 표현이나 “한번쯤/참말 한번쯤/새벽 첫 두레박 속 샘물 같은/정한 그대 앞에 앉아 보곺은 마음”(「그대 꿈꾸는 동안」)과 같은 표현을 통해 ‘영혼의 정화를 통해 자아를 갱신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3부에는 「낚시」,「꽃순」,「해후」 등 14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꿈/깨면//아침/산정(山頂)에//날짐승/싱그런 심장//한산/세모시//땀 씻는/소매 부리에//돌 깨는/물소리”(「신록」)에서 보듯 대체로 시행이 짧고 간결한 초기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일상과 관련을 가지면서도 사물의 내면적 의미를 궁극에까지 탐구하려는 집요한 정신을 보여주고 있으며, 내면을 추구하면서도 그 배후에는 인생의 의미를 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