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명창 박유전의 제자이며, 그의 소리를 조카 정응민에게 전승함으로써 현재 보성소리의 초석을 닦았다.
정재근은 나주에서 태어나서 보성에서 거주하였으며, 고종 무렵에 활동했던 명창이다. 그의 집안은 보성 일대에서 대대로 활동하던 광대 집안이었다. 어려서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흥선대원군(1820∼1898)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유전(1834∼1906 추정) 명창이 말년에 보성에 거주할 때, 정재근은 그로부터 소리를 배웠다고 전한다. 정재근은 원각사(1906) 시절에 서울에서 활동을 하였고, 이때 조카인 정응민(鄭應珉, 1896∼1963)을 서울로 데려가서 소리를 가르쳤다고 전한다. 정재근의 원각사 등의 공연활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정재근의 소리는 아들 정봉민(鄭奉珉)과 조카 정응민에게 전승되었으나, 정봉민이 23세에 요절하는 바람에 정응민만이 그의 소리를 전승하게 되었다. 박유전-정재근-정응민-정권진으로 전승된 「심청가」는 그의 거주지를 따서 보성소리라고도 하며, 1974년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박유전이 판소리 서편제를 창시한 인물로 알려진 만큼 보성소리 「심청가」는 대표적인 서편제 판소리 바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보성소리 「수궁가」와 「적벽가」 역시 박유전으로부터 정재근을 거쳐 전승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