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가(哲人歌)」는 우리나라 역대 위인들의 사적을 엮은 단가로 1960년대 박헌봉이 사설을 지었다. “예의동방 우리 역대 대성철인이 누구시며……”라는 사설로 시작되기 때문에 「예의동방」이라고도 한다. 단군조선에서부터 고구려의 을지문덕·왕산악, 신라의 원효대사·김유신·설총·우륵·솔거·최치원, 백제의 오경박사·왕유릉·덕삼근, 고려의 강감찬·정몽주·이규보·이제현, 조선의 세종대왕·박연·서경덕·이황·이이·이순신·정약용 등의 사적을 엮으면서, “어화 우리 후인들아, 전철(前哲)의 장한 업적 계승하고 본을 받아 일월같이 빛을 내어 세계만방 알리고저.”라고 마무리 한다. 「철인가」는 주로 우리나라의 문화를 발전시킨 인물을 열거함으로써 문화적 자부심을 노래하고 있다. 역사적인 인물의 사적을 엮는다는 점에서는 「역대가」 계통의 단가와 같은 구성방식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인물로 짜여 있다는 점이 기존 단가와는 차이가 있다. 단가는 본래 서정적인 장르이므로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인생의 무상함과 같은 보편적인 정서를 노래하는 것이 보통이다. 「철인가」는 우리 문화를 빛낸 역사적 인물을 통해 문화적 자부심을 일깨우려는 다분히 계몽적인 주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현재 널리 불리지는 않는다. 박초월이 녹음한 「철인가」(1969)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