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회심가(蕩子悔心歌)」는 조선조 말 색주가를 배경으로 노채덕(盧采德)이란 인물의 이야기를 엮은 7언 100운(韻) 200구(句)의 장편 한시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8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앞머리에 “속된 말을 엮되 관화(官話:표준말)를 참조했으며, 탁주막·색주가·탕자유야·금진교투·유람·개세(慨世)·귀농·수분(守分) 총 백구임”이란 서문이 있다.
주막과 색주가를 차린 노채덕이 건달들의 난잡한 모습을 목도하게 되고, 재물도 사라지고 주변의 비난을 받게 되자 현실을 떠나 산천을 유람하고 돌아와 농사에 힘쓰고 분수를 지키면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단락별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탁주막(濁酒幕) 40구-노채덕(盧采德)이란 인물이 숭례문 밖 이문동(里門洞)의 막걸리 주막을 열어 장사를 시작함 ②색주가(色酒家) 34구-금부 뒷동네로 옮겨 색주가를 차림 ③탕자유야(蕩子遊冶) 82구-건달들의 난잡한 광경을 목도함 ④금진교투(金盡交渝) 10구-재물도 없어지고 부로들의 꾸중을 들음 ⑤유람산천(遊覽山川) 12구-현실을 떠나 백두산·마운령·약산동대·을밀대 등을 유람함 ⑥감개진환(感慨塵寰) 8구-세모가 되어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옴 ⑦복축귀농(卜築歸農) 6구-작은 집터를 장만하여 농사를 지음 ⑧사국동락(社局同樂) 8구-제향을 모시고 분수를 지키며 살아감. 「탕자회심가」에는 노채덕이란 구체적인 인물이 등장하고, 조선조 말 색주가를 중심으로 시정의 모습과 잡배들의 행태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색주가에서 여사당[優婆]을 고용해서 매춘을 하는 과정, 「춘면곡」과 「권주가」를 부르는 모습, 색주가에서 벌어지는 난잡한 행태, 방안치레, 음식치레 등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이문동[南大門], 다방골[茶坊], 금부[禁府後洞] 같은 서울 지명은 물론, 백두[白頭山]·마운[摩雲嶺]·봉래[金剛山]·약산동대(藥山東臺)·을밀대(乙密臺)·임진강(臨津江)·홍제(弘濟) 등 구체적인 지명도 등장한다. 장편 한시이지만 조선조 말에 많이 지어졌던 장편 가사(歌辭) 「한양가」 류의 기술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정확한 창작 연대나 작자를 알 수 없고, 노채덕이 실존 인물인지도 확인할 수 없지만, 당대의 주막이나 색주가의 방안 풍경을 만화경처럼 보여준다는 점에서 풍속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작품은 일본 천리도서관(天理圖書館)에 소장된 필사본 『초전가록(楚顚歌錄)』에 수록되어 있는 것을 1998년 심경호가 처음 소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