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禮部)의 과시(科試)를 위하여 간행된 운서로, 운자(韻字)를 사성(四聲)의 순서대로 적은 사전식 분류서이다. 2009년 1월 28일에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배자예부운략(排字禮部韻略)』은 1037년(고려, 단종 3) 정도(丁度, 990∼1053)가 왕명을 받들어 『집운(集韻)』을 편수함과 동시에 『집운』의 「간정착운십삼처(刊定窄韻十三處)」에 의거하여 『경덕운략(景德韻略)』을 『예부운략(禮部韻略)』으로 고친 책이다. 이 책은 과거 시험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려 때부터 수입 · 간행되었고, 조선시대에도 청도(淸道), 영동(永同), 울산(蔚山) 등에서 여러 차례 간행되었다.
금속활자본〔무신자(戊申字)〕, 5권2책. 이 책의 크기는 세로 33.3㎝, 가로 22.5㎝이고 광곽(匡郭)의 크기는 세로 26.1㎝, 가로 17.1㎝이다. 제책(製冊)은 오침안 선장본(五針眼線裝本)이고, 표지제와 판심제는 ‘예부운(禮部韻)’이며 권수제는 ‘배자예부운략’이다. 변란은 사주쌍변(四周雙邊)이고, 본문에는 계선이 있다. 행자수는 10행 18자이고 주는 쌍행이며 어미의 형태는 상하내향이엽화문어미(上下內向三葉花紋魚尾) 혹은 상하내향이엽화문어미(上下內向二葉花紋魚尾)가 혼재되어 있다.
『배자예부운략』은 『광운(廣韻)』의 206운을 그대로 유지한 축약본으로 사용된 운서이다. 기존의 운서들은 206운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1211년(고려, 희종 7) 금나라 한도소(韓道昭)가 이를 지나치게 번잡하다고 여기고, 현실에 맞게 160운으로 줄여서 『오음집운(五音集韻)』으로 편찬하였다. 이어서 1229년(고려, 고종 16) 왕문욱(王文郁)이 이를 다시 106운의 『평수신간운략(平水新刊韻略)』을 편찬하게 되면서 106운의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무신자(戊申字)로 간행된 5권 2책의 『배자예부운략』 또한 106운 체계를 따르고 있는데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권수 | 사성(四聲) | 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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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상평성(上平聲) | 동(東), 동(冬), 강(江), 지(支), 미(微), 어(魚), 우(虞), 제(齊), 가(佳), 회(灰), 진(眞), 문(文), 원(元), 한(寒), 산(刪) |
2 | 하평성(下平聲) | 선(先), 소(蕭), 효(肴), 호(豪), 가(歌), 마(麻), 양(陽), 경(庚), 청(靑), 증(蒸), 우(尤), 침(侵), 담(覃), 염(鹽), 함(咸) |
3 | 상성(上聲) | 동(董), 종(腫), 강(講), 지(紙), 미(尾), 어(語), 우(虞), 제(薺), 해(蟹), 회(賄), 진(軫), 문(吻), 완(阮), 한(旱), 잠(潛), 선(銑), 소(篠), 교(巧), 호(皓), 가(哿), 마(馬), 양(養), 경(梗), 형(逈), 유(有), 침(寢), 感(함), 염(琰), 함(豏) |
4 | 거성(去聲) | 송(送), 송(宋), 강(絳), 치(寘), 미(未), 어(御), 과(過), 제(霽), 태(泰), 괘(卦), 隊(대), 震(진), 문(問), 원(願), 한(翰), 간(諫), 산(霰), 소(嘯), 효(效), 호(號), 개(箇), 마(禡), 양(漾), 경(敬), 경(徑), 유(宥), 심(沁), 감(勘), 염(豔), 함(陷) |
5 | 입성(入聲) | 옥(屋), 옥(沃), 각(覺), 질(質), 물(物), 월(月), 갈(曷), 힐(黠), 설(屑), 약(藥), 맥(陌), 석(錫), 직(職), 집(緝), 합(合), 엽(葉), 흡(洽) |
〈표〉 『배자예부운략』 구성 |
권1은 상평성(上平聲) 15자로 구성되었으며, 권2는 하평성(下平聲) 15자로 구성되었다. 권3은 상성(上聲) 29자, 권4는 거성(去聲) 30자, 권5는 입성(入聲) 17자로 구성되었다. 총 106운 가운데, 평성(平聲)은 30자, 측성(仄聲)은 76자이다.
권말에는 한글의 창제 배경을 기록한 「훈민정음서(訓民正音序)」가 수록되었으며, 이어서 소리와 음을 ‘일월성신(日月星辰)’, ‘화수토석(火水土石)’ 등 8상(八象)에 빗대어 10성과 12음으로 표현한 「황극경세성음괘수(皇極經世聲音卦數)」, 『훈민정음(訓民正音)』과 『황극경세(皇極經世書)』를 배합하여 24음과 28성으로 표현한 「훈민정음여경세수배합도(訓民正音與經世數配合圖)」, 마지막으로 이 책을 편찬할 때 기준을 둔 「예부운범례(禮部韻凡例)」가 수록되었다.
송나라 정도가 지은 『배자예부운략』은 고려시대 과거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널리 유통되어 간행된 운서로서, 문인들의 문학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또한 『삼운통고(三韻通考)』, 『화동정음통석운고(華東正音通釋韻考)』와 같은 우리나라의 운서의 편찬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