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 3부작’은 「그 해 오월」(1995), 「편애의 땅」(1997), 「그들의 결혼」(1998)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해 오월」은 1995년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초연했다. 당시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던 김화숙이 안무를 맡았고, 경성대학교 무용과 교수였던 한혜리가 대본을 썼으며, 중국 상하이음악학원[上海音樂學院]의 조선족 교수 윤명오가 음악을 담당했다. 이 작품에서 ‘오월’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민중의 외침이 무용수의 동작을 통해 무대 위에서 절절하게 표현되었다. 교복과 군복을 입은 무용수의 대형 군무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재현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어머니의 역할을 맡은 무용수의 눈에 서린 잃어버린 자식에 대한 애통함은 관객으로 하여금 침묵이 아닌 뜨거운 고발정신을 일깨웠다.
후속편인 「편애의 땅」(1997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초연)은 광주민주화운동의 배경이 되는 광주와 전라남도 일원을 상징화한 ‘땅’에서 부르는 절절한 노래를 춤에 담아냈다. 특히 붉은빛 선혈이 묻은 커다란 드레스 위에 나란히 누운 소년과 소녀는 피지 못하고 져버린 청춘을 상징한다. 무대를 수직적으로 내려다보게 의도한 무대장치는 철저히 억압받았던 그때의 고통을 재현·증폭시키는 장치로 쓰였다.
3부 「그들의 결혼」(1998)은 사라진 사람들을 추모하고 새롭게 기억하는 동시에, 여전히 희망을 꿈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진심어린 용서와 화해로 단단한 결합을 이루어내 함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춤을 선보였다.
「편애의 땅」과 「그들의 결혼」 역시 한혜리 대본, 김화숙 안무로 만들어졌으며, 대구대학교 이상일 교수가 영상을 맡아 작업하여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광주항쟁 3부작’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재현하며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역사를 담아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절제된 의식으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진혼무’의 성격을 갖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끊을 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받을 만한 작품이다.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예술적인 움직임으로 승화시킨 「편애의 땅」은 1997년 제2회 춤비평가상을 수상했고, 월간 『객석』이 뽑은 ’97 올해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