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의 초성자는 먼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기본 문자인 ‘ㄱ, ㄴ, ㅁ, ㅅ, ㅇ’를 만들고 소리가 센 까닭에 획을 더하여 ‘ㅋ, ㄷ, ㅌ, ㅂ, ㅍ, ㅈ, ㅊ, ㆆ, ㅎ’을 만드는 상형의 원리와 가획의 원리가 적용된다. 그런데 이들 문자와는 달리 상형의 원리가 적용되기는 하지만, 모양을 달리하는 아음의 ‘ᅌᅠ’(옛이응, 또는 꼭지이응), 반설음 ‘ㄹ’, 반치음 ‘ㅿ’가 만들어지는데, 획을 더한 뜻이 없이 그 모양을 달리하는 문자라고 하여 ‘이체자(異體字)’라 불린다. ‘이체(異體)’는 『훈민정음』(해례본)의 「제자해」에 ‘상설치지형이이기체(象舌齒之形而異其體)’의 ‘이기체(異其體)’에서 가져온 것이다.
중국의 어음 체계를 연구하는 성운학에서 자모(字母)를 ‘아(牙)·설(舌)·순(脣)·치(齒)·후(喉)’음으로 분류하고 다시 반치음과 반설음의 두 반음을 추가하여 칠음(七音)으로 분류한 것을 『훈민정음』에서 받아들여, ‘ㄹ’과 ‘ㅿ’을 각각 반설음과 반치음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15세기 국어에서 개별적인 소리를 나타내는 문자였다.
아음의 ‘ㆁ’는 현대국어의 받침의 ‘ㅇ’과 같이 [ŋ]음과 같으며, 반설음 ‘ㄹ’도 현대국어의 [r]과 같다. 그런데 반치음 ‘ㅿ’은 현대국어에는 쓰이지 않는 문자로 그 소리가 유성마찰음 [z]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유성음 사이에서 사용되었다. 모음 사이의 ‘아ᅀᆞ’(>아우), 반모음 ‘y’와 모음 사이의 ‘새ᅀᅡᆷ’(>새삼), ‘ㄴ, ㅁ’과 모음 사이의 ‘한ᅀᅮᆷ’(>한숨), ‘몸ᅀᅩ’(>몸소) 등에서 나타나며, 어두에 쓰인 ‘ᅀᅥᆯᅀᅥᆯ, ᅀᅥᆷᅀᅥᆷ, ᅀᅭᇂ’ 등은 주로 의성어나 중국어 차용어인 경우이다.
또한 아음의 ‘ㆁ’도 초성에 사용하는 문자로 창제하였으나, 15세기 중세국어의 어두에는 ‘ㆁ’[ŋ]이 쓰이지 않고, ‘다ᇰ다ᅌᅵ[반드시, 마땅히], 바ᅌᅩᆯ(>방울), 스스ᇰ(>스승)’처럼 받침이나 어중(語中)의 초성에 사용되었다.
‘ㆁ’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1443년부터 1500년대 초기까지 쓰이며, 그 이후로는 ‘ㅇ’과 혼용되다가「한글맞춤법통일안」(1933)에서는 ‘ㅇ’으로 통일된다. 현대국어의 받침에 사용되는 ‘ㅇ’[ŋ]은 15세기 중세국어와 마찬가지로 어두에 나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