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국어의 비원순모음화는 중부방언에서 널리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리’[麥]가 ‘버리’, ‘포대기’[襁褓]가 ‘퍼대기’, ‘모루’가 ‘머루’, ‘볼거리’가 ‘벌거리’ 등으로 실현되는 것은 비원순모음화에 의한 현상이다.
현대국어의 비원순모음화는 모든 원순모음(ㅗ, ㅜ, ㅟ, ㅚ)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ㅗ’가 비원순모음, 즉 평순모음인 ‘ㅓ’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단어의 첫 음절에만 적용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비원순모음화는 근대국어에서 발생한 원순모음화에 대한 역행 현상이며, 모음 체계 상에서 원순모음 ‘ㅗ’에 대립된 비원순모음 ‘ㅓ’로 바뀐 것이다. 현대국어의 표준어인 ‘버선, 번데기, 벚나무, 먼저, 먼지’ 등도 본래는 ‘보션, 본데기, 봊나무, 몬져, 몬ᄌᆡ’ 등이었다. 빠른 것은 18세기 중반부터 보이기 시작하며 19세기에 널리 사용되면서 오늘날의 단어로 굳어진 것이다.
보통, 비원순모음화는 양순음의 [+순음성], 원순모음의 [+원순성]에 의해 원순모음의 [+원순성]이 [-원순성]로 바뀌는, 즉 조음상의 공통점이 사라지는 일종의 이화 현상으로 설명된다. 이와 더불어 ‘ㅗ’ 이외의 원순모음에서 비원순모음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현대국어의 ‘비다[空], 베[織], 메[山]’ 등은 중세국어의 ‘뷔다, 뵈, 뫼’ 등이 바뀐 것이다. 각각 원순모음 ‘ㅟ’와 ‘ㅚ’가 비원순모음 ‘ㅣ’와 ‘ㅔ’로 변화한 것으로 비원순모음화로 분류된다.
인접한 원순모음에 의한 원순모음화와 비원순모음화가 설정되기도 한다. 원순모음화에 의한 원순모음화는 현대국어 ‘혼자’의 역사적 변화 과정에서 드러난다. ‘혼자’는 중세국어에서 ‘호오ᅀᅡ’ 또는 ‘ᄒᆞ오ᅀᅡ’(<ᄒᆞᄫᆞᅀᅡ)로 사용되는데, ‘ᄒᆞ오ᅀᅡ’와 ‘호오ᅀᅡ’에서 보이는 ‘ᄒᆞ>호’는 뒤에 있는 ‘ㅗ’에 동화된 ‘ㆍ’가 ‘ㅗ’로 변화한 것으로 설명된다.
현대국어의 ‘고을’은 중세국어의 ‘ᄀᆞ옳’에 대응된다. ‘고옳>고욿/고ᄋᆞᆶ>고을’의 변화 과정 중에서 ‘고옳’와 ‘고ᄋᆞᆶ’에서 나타나는 ‘옳>ᄋᆞᆶ’은 앞에 있는 ‘ㅗ’의 영향으로 ‘ㅗ’가 ‘ㆍ’로 바뀐, 원순모음화에 의한 비원순모음화로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