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음성기호는 1886년에 창설된 국제음성학협회가 1888년에 발표한 것으로, 세계의 모든 언어를 정밀하게 표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국제음성기호는 국제음성문자, 국제음성자모, 국제음성학기호, 국제음자, 만국음성기호, 만국음표문자 등처럼 다양하게 불린다. 국제음성기호를 사용하여 우리말을 어떻게 적을 것인지 정해 놓은 것이 이 표기법이다.
조선어학회의 회원이던 정인섭이 1935년에 발표한 「조선어음의 만국 음성부호 표기」를 기반으로 하였다. 그는 1935년 7월 영국 런던대학에서 열린 제2차 국제음성학대회에 발표하기 위하여 『조선어음의 국제음성부호 표기법』이라는 B5배판의 영문 소책자를 이극로·이희승과 함께 공저로 펴낸 바 있었다. 이 표기법은 『외래어표기법통일안』에 실린 세 개의 부록 중에서 마지막 부록으로 실린 것으로, 일반적으로 실제로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광의적 표기법과 음성학상으로 정확히 쓰기 위한 협의적 표기법으로 나뉜다.
각각의 음성 기호와 한글의 자모를 대응한 대조표로 구성되었는데, 대조표 뒤쪽에는 총 4항으로 이루어진 ‘세칙’과 참고가 될 만한 네 가지 사항을 ‘비고’로 적어 놓았다.
대조표에서는 자음을 첫소리와 끝소리의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으며, 모음은 단모음과 장모음으로 나누어 배치하였다. 자음 중에서 폐쇄음은 평음과 경음의 경우에 광의적 표기법과 협의적 표기법 모두에서 유성음 /g/, /b/, /d/로 쓰고 있으나, 격음의 경우에 광의적 표기법에서는 무성음 /k/, /t/, /p/를, 협의적 표기법에서는 /kh/, /th/, /ph/로 쓰는 등 다소의 차이가 보인다.
이러한 표기 원칙은 일종의 음성 표기 또는 음성 전사(phonetic transcription)의 방식을 정의한 것으로, 표기의 정밀도에 따라서 간략 표기와 정밀 표기로 구분되는데, 광의적 표기법은 간략 표기, 협의적 표기법은 정밀 표기라고 할 수 있다.
광의적 표기법에서는 주로 중요한 소리의 단위만을 제시하지만, 협의적 표기법에서는 소리를 미세한 차이까지 정밀하게 기록하여, 여러 가지 보조적인 구별 부호를 첨가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평음과 격음에서 ‘˚’ 기호를 사용한 ‘˚g’ 등은 무성음임을 나타낸 것이며, ‘’ 기호가 사용된 ‘g’ 등은 끝소리에서 미파음으로 실현됨을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