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때 영해 박씨의 선조인 박제상(朴堤上, 363~419)의 저술로 알려진 『징심록(澄心錄)』의 15지(誌) 가운데 맨 처음에 실린 지(誌)의 이름으로, 파미르고원으로 추정되는 마고성의 황궁씨로부터 시작한 1만 1천여 년 전의 한민족 상고사를 기록한 문헌이다.
박제상 사후에 박씨 종가에서 필사되어 전해왔다. 조선시대 세조 이후에는 영해 박씨들이 숨어살게 되면서 숨겨졌다가, 김시습이 저술한 『징심록추기(澄心錄追記)』에 의해 원본 『징심록』과 그 속에 있던 『부도지』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현존하는 『부도지』는 1953년 울산에 있던 영해 박씨 55세손인 박금(朴錦, 1895~?, 본명 박재익)의 복원본을 말한다. 박금에 의하면, 해방 후 월남할 때에 여러 대에 걸쳐 전수받은 원본을 함경남도 문천에 놓고 왔고, 분단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원본에 가깝게 남한에서 복원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금은 해방 전에 동아일보 재직 시에 이를 번역연재하려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1986년 김은수의 번역본이 출간되어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필사본. 오늘날 전하는 박금의 『부도지』는 1953년에 그가 필사하여 복원한 것으로 모두 33장으로 되어있다. 김은수는 1986년 이를 번역하여 출판할 때, 1장부터 26장까지를 『부도지』, 27장부터 33장까지를 『소부도지』라 하고, 여기에 김시습의 『징심록추기』와 박금의 『요정징심록연의후기』등을 보태어 4편으로 편집하였다.
『부도지』에 따르면, 마고성(麻姑城)은 마고가 사는 성으로 지상에서 가장 높은 성이며, 천부(天符)를 받들어 선천을 계승하였다고 한다. 성의 가운데는 천부단(天符壇)이, 사방에는 각각 보단(堡壇)이 있다. 천부는 천리를 숫자로 표현하여 우주법칙을 설명한 것이며, 천부삼인(天符三印)이란 천지 본음(本音)을 본 뜬 것이다.
이 마고성에서 출발한 한민족은 마고 · 궁희 · 황궁 · 유인 · 환인 · 환웅 · 단군에 이르는 동안 천산 · 태백산과 청구를 거쳐 만주로 들어 왔으며, 이렇게 시작한 한국의 상고역사는 하늘과 함께해 온 천도적(天道的) 의미를 지닌다.
부도(符都)란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나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1장부터 26장까지의 『부도지』는 황궁에서 단군을 거쳐 읍루(또는 단군가륵)까지의 7세(世) 동안 천부(天符)가 전해온 역사를 7천년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 7천년의 역년이란 단군 가륵으로부터 소급하면 서기전 9,100여 년으로, 이는 황궁씨가 출발한 때이다. 그리고 27장부터 33장까지의 『소부도지』는 후삼한과 삼국의 이야기로부터 부도의 재건과 복본(復本)의 회복으로 끝을 맺고 있다.
『환단고기』에 비유되는 것처럼 아직도 전수과정의 의문점이 남아 있다. 하지만 사라져 버린 인류 시원문화의 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한민족의 국통(國統)이 어떻게 전수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서 일정한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