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칙 2조에는 다음과 같이 설립목적이 제시되어 있다. “한국의 복음주의 신앙인들이 교파를 초월하여 기도하며 시대적 사명을 감당한다. 한국교회가 건전한 복음주의적인 교회로 성장, 발전하도록 힘쓴다. 세계 복음주의 협의회 및 기타 복음주의 단체와 유대관계를 갖고 상호협력한다. 아세아 복음화를 위하여 전력한다.”
1978년 아세아로잔대회(Asia Lausanne Committee on Evangelism)에 참석하였던 박조준, 한철하 등 한국 대표들은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구성을 위한 준비모임을 가졌다. 이후 1981년 3월 17일 아세아연합신학원에서 박조준, 정진경 등 복음주의진영의 지도자들이 모여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창립총회를 개최했고, 박조준 목사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처음에는 이종윤 목사를 총무로 선출했으나 김명혁 목사가 1984년부터 총무로, 그리고 현재 회장직에 있다. 온건 중도성향의 목회자들과 지도자들이 이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으며,현재 한국 교회의 복음주의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대부분 온건한 복음주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국 교회의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가입을 둘러싼 논쟁은 한국 교회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분열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온건 중도의 복음주의적인 입장은 한국 교회와 사회에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고, 이들은 한국교회의 보수적인 입장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교파적인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바로 이와 같은 입장 하에 결성된 단체였다.
이들의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세계복음주의운동과 한국 교회를 연결하는데 기여했다. 이 협의회는 세계적인 복음주의 단체들, 즉 아시아복음주의연맹(EFA),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세계복음화 로잔협의회(LCWE) 등과의 교류를 통해서 세계복음주의운동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 복음주의교회를 세계에 소개하였다. 특히 세계적인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학자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국제적인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둘째, 협의회는 케직 사경회(Keswick Convention)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한국 교회의 영적인 갱신을 도모하였다. 케직 사경회는 영국의 성결 부흥운동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특히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사랑의 교회를 비롯한 많은 대형교회들이 이 케직 사경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셋째, 식량난과 질병으로 어려운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 연변지역의 어려운 조선족 가족과 결연하는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아시아 지역의 여러 국가들이 재난을 당했을 때 적극적으로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다.
넷째, 일요일 시험 반대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복음주의 기독교의 강조점 가운데 하나가 주일성수인데,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국가가 일요일에 시험을 실시하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운동이 필요하다는 등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다섯째, 한국 교회의 여론을 형성하고, 교회를 갱신하며,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하여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오전에 정기 월례 발표회 및 기도회를 갖고 있다. 여기에서는 한국 교회의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하며,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한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각 교단의 대표들이 아니라 개인들이 모인 단체이기 때문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모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교회의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들의 모임이며,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서 한국 교회의 연합과 갱신을 논의하는 중요한 단체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