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 갈동 유적의 5호 토광묘와 7호 토광묘에서 각각 1점씩의 정문경이 출토되었다. 이는 중국과 달리 복수의 뉴가 부착되며, 배면에 조밀한 문양이 시문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속성들을 고려하여 다뉴정문경 혹은 세문경으로 호칭되며, 뉴의 위치에 따라 사용방법과 용도가 상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5호 토광묘에서 출토된 정문경은 흑도장경호(黑陶長頸壺)와 공반되어 토광묘의 바닥에서 출토되었다. 거울면이 위를 향하고 있었으며 4조각으로 금이 간 상태였다. 거울의 단면은 편평하지 않아 거울면이 들려있는 오목경이며, 볼록한 거울면을 특징으로 한 중국경과는 상이하다.
7호 토광묘에서 출토된 정문경은 그 지름이 5호 출토품보다 작아지며, 거의 완형으로 출토되었는데 테두리 일부에 약간의 상처가 있다. 빛을 반사하는 부분이 위로 향한 채 출토되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벽사(闢邪)의 의미로 부장되었음을 시사한다.
5호 토광묘에서 출토된 정문경의 크기는 14.5㎝로서 테두리 단면은 반구형이며 그 안쪽으로 매우 정교한 집선문양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문양은 내구(內區)와 외구(外區), 그리고 중심부로 구분하여 새겼다. 테두리에 가까운 외구에는 세밀하고 정교한 집선문으로 톱날 형태의 문양을 배치하였으며, 내구에는 중심부를 향하여 방사선을 배치하고 그 사이사이를 역시 톱날형 집선문으로 채워 넣었다. 둥글게 배치한 중심부에는 이와는 다른 형태의 집선문을 배치하였다.
거울면은 표면을 곱게 연마처리하여 빛을 반사할 수 있다. 각기 다른 구성의 집선문으로 디자인된 거울의 문양면은 각도에 따라 마치 홀로그램처럼 문양의 형태가 바뀌게 설계되었다. 빛의 반사각도를 집선문으로 조절하여 문양 효과를 내는 청동거울은 다뉴정문경 이외에는 사례가 없다.
5호 정문경은 한쪽으로 치우쳐 2개의 뉴가 달렸지만 7호 정문경에는 하나가 더해져 모두 3개의 뉴가 부착되었다. 특히 상단부의 뉴에는 끈으로 매달았던 흔적이 잔존하였다. 7호 정문경의 지름은 9.1㎝이며, 단면 반구형의 테두리 안쪽으로 정교한 문양이 새겨졌다. 특히 배면을 크게 2개로 구획하여 외구에는 거치문이, 내구에는 복합집선문이 중점적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