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생전 마지막 해인 1856년에 쓴 만년작으로 두 폭의 종이 위에 예서(隷書)로 쓴 대련(對聯)이다. 「대팽고회(大烹高會)」는 두 폭 중 앞의 두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훌륭한 요리는 두부와 오이와 생강과 나물이고, 최고의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과 손자와의 만남이다[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
가족과 지내는 평범한 일상이 가장 이상적인 최고의 경지임을 표현한 것이다. 이 내용은 명말청초의 문인 오종잠(吳宗潛)의 「중추가연(中秋家宴)」이란 시에 "대팽두부과가채(大烹豆腐瓜茄菜),고회형처아녀손(高會荊妻兒女孫)"이라는 시구 중 ‘가(茄)’를 ‘강(薑)’으로, ‘형(荊)’을 ‘부(夫)’로 각각 한 자씩 고쳐 쓴 것이다. 전한(前漢) 시대 고예(古隷)의 필법을 바탕으로 굵고 가는 획을 조합해 고졸(古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본문 옆에는 작은 글씨로 쓴 방서(傍書)가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는 시골 늙은이의 제일가는 최상의 즐거움이다. 비록 허리에 한 말 되는 커다란 황금 인장을 차고, 앞에 차려놓은 음식이 사방 한 길이나 되고, 시중드는 여인이 수백 명이라도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행농(杏農)을 위해 쓰다. 칠십일세 과천 노인[此爲村夫子第一樂上樂, 雖腰間斗大黃金印, 食前方丈侍妾數百, 能享有此味者幾人. 爲杏農書. 七十一果].”
집에서 먹는 평범한 음식과 가족과 지내는 단란한 일상이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란 것을 피력하였다. 이 방서를 통해 이 대련 글씨가 행농(杏農)이라는 호를 가진 인물에게 써 준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행농’은 김정희의 문하 제자로 추정되는 유치욱의 호이다. 강위(姜瑋)의 지우(知友)로 강위와 함께 1873년 동지사(冬至使) 수행의 일원이었던 것이 알려져 있을 뿐 생애는 자세하지 않다.
김정희 생애 마지막 해에 쓴 작품으로, 노 서예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응축되어 있는 만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4월 20일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