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두 폭의 종이 위에 예서(隷書)로 쓴 대련(對聯)이다. 「차호호공(且呼好共)」은 두 폭 중 앞의 두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본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또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매화와 함께 한 산에 머물기를 좋아하네[且呼明月成三友 好共梅花住一山].”
위의 대련구는 자연과 일체가 되어 한적한 삶을 보내는 처사(處士)의 은일(隱逸)을 노래한 것이다. 이는 이백(李白)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내 그림자 마주해 세 사람이 되었네[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라는 시구와 북송의 은사(隱士) 임포(林逋)가 고산(孤山)에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며 은거하여 ‘매처학자(梅妻鶴子)’로 일컬어졌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첫 번째 폭에 "동인 인형께서 바로잡아 주시길 바란다[桐人仁兄印定]."라는 방서(傍書)를 써 놓았다. ‘동인’은 김정희의 제자 강위(姜瑋)와 친교가 있던 이근수(李根洙, 1824~1860)로 추정되고 있다. 두 번째 폭에는 "완당이 촉(蜀)의 예서 필법으로 쓰다[阮堂作蜀隸法]"라는 방서를 써놓았다.
‘촉예(蜀隸)’는 동한(東漢) 때 촉(蜀)에 해당하는 쓰촨성[四川省]과 산시성[陝西省] 일대 지역의 마애각석(摩崖刻石)에 새겨진 글씨를 가리킨다. 이들 석각 글씨는 필획의 비수(肥瘦)와 율동감이 드러나는 동한 시대 예서의 전형적인 특징과는 달리 필획의 굵기가 거의 일정한 서한 시대 고예(古隷)의 특징이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석문송(石門頌)과 서협송(西狹頌)이다. 김정희가 쓴 「차호호공」 대련에도 석문송 등에서 보이는 고박하고 단정한 필법이 잘 구현되어 있다.
김정희 필 「차호호공」 필적은 동한 시대 촉 지방에 새겨진 마애각석의 고박하고 단정한 필법을 응용한 작품이다. 금석학의 기반 위에 한예(漢隷)의 고졸(古拙)함을 추구했던 김정희의 예술적 경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2018년 4월 20일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