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활자본. 1책. 『포염라연의』(2권 23회)를 번역한 책이다. 작자는 목계수(鶩溪叟)이다. 작자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으나 작품 속에 조선 방언과 조선식 한자어가 출현하는 점으로 미루어 조선인으로 추정된다.『포염라연의』는 청대 공안협의소설(公案俠義小說)인 『삼협오의(三俠五儀)』의 전반부 20회를 개작한 한문소설로, 저작 경위가 책머리에 잘 나타나 있다.
번역본 『염라왕전』은 총 21회로 이루어져 있다. 목록에는 ‘음양염라왕전(陰陽閻羅王傳)’, 저자는 ‘박건회(朴健會)’로 되어 있다. 박건회는 1910∼1920년대 여러 소설 작품을 출간한 편집겸 발행인이다.
『포염라연의』는 국립중앙도서관, 성균관대학교, 원광대학교 등에 소장되어 있다.
『염라왕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강남에 살고 있는 포회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늦둥이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포회의 두 아들 중 둘째 아들 포해 부부가 동생을 산에 버린다. 다행히 큰 아들 부부가 아이를 구해 와 자신의 아들로 삼아 포삼이라 이름 짓는다. 포삼이 7살이 되던 해에 큰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이를 눈치 챈 둘째 며느리는 끊임없이 포삼을 구박하며 살해하려 한다. 그러나 포삼은 위기를 헤치며 꿋꿋이 살아간다.
큰 아들의 권유로 포삼은 공부를 하게 되고 장안으로 과거를 보러 떠난다. 포삼은 과거에 급제하고 정원현 지현이 되어 백성들의 원한과 소송 사건들을 공명정대하게 판결해 준다. 그러나 포삼은 간신들의 모함으로 해임되어 길을 떠나는 도중 협객들을 만나 의형제를 맺는다. 그리고 진종 황제의 총애를 받았지만 유비의 모함으로 내쫓긴 이비(李妃)를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듣고 아들 인종(仁宗)과 해후하도록 돕는다. 포삼은 황제의 명을 받고 진주로 가 간신 방길의 아들 방욱을 처형한다. 한편, 이를 알게 된 방길이 포삼을 조정에서 내쫓으려 하지만 포삼은 염라왕으로 분장하여 궁중에서 벌어진 간신들의 죄행과 음모를 밝힌다.
『염라왕전』은 중국소설을 개작한 한문소설 『포염라연의』를 번역한 것이다. 1900년대 초반 중국 소설의 출판과 탐독 경향을 살피고, 중국 공안협의소설의 개작 현황과 변용된 실태를 고찰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작 『포염라연의』와 비교해보면 서사 전개가 뒤바뀌고 번역이 생략된 회차도 있다. 예컨대 23회 원작을 21회로 줄였으며, 제1회부터 제5회는 『포염라연의』의 제4회∼제8회, 제6회는 『포염라연의』의 제9회 앞부분과 제1회, 제7회는 『포염라연의』의 제2회, 제8회는 『포염라연의』의 제3회, 제9회는 『포염라연의』의 제9회 뒷부분과 제10회에 해당되는 등 서사 순서를 바꾸어 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