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때 정병인(丁秉仁)이 지은 소설 『요화전(瑤華傳)』(42회)을 완역한 책이다. 권지이 제6회 마지막 부분에 “병슐 삼월 쵸오일 시쟉이라”라는 필사기가 있어‚ 이 책이 1886년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요화전』은 숫여우가 요화로 환생하여 전생의 업보를 씻고 득도하여 검선이 된다는 면에서 신마소설(神魔小說)에 속한다. 조선시대의 소설 대부분이 입신양명이나 가문창달과 같은 유교적 공명주의를 주제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요화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생불사하는 검선이 된다는 개인의 이상 실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글필사본. 필사자 미상. 낙선재본으로 장서각에 22권 22책이 있고 규장각에도 14권 7책이 있다. 청나라 때 정병인(丁秉仁)이 지은 소설 『요화전(瑤華傳)』(42회)을 완역한 책이다. 한글필사본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수상요화전(繡像瑤華傳)』(濤音書屋刊, 1838년)을 대본으로 번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규장각 소장 한글필사본은 지우거나 수정한 퇴고의 흔적이 보이지만, 낙선재본은 규장각본의 수정 부분을 모두 반영하여 필사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들로 볼 때, 규장각본이 번역 초고본으로 선행본이고, 낙선재본은 규장각본을 저본으로 하여 다시 정서한 것으로 보인다. 규장각본의 내제는 “슈샹요화젼”이며, 책 표지 내면에 신식활자로 인쇄된 글이 보인다. 또한 권지이 제6회 마지막 부분에 “병슐 삼월 쵸오일 시쟉이라”라는 필사기가 있어‚ 이 책이 1886년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1884년(고종 21) 전후에 이종태(李鍾泰) 등 문사들에 의해 중국소설이 번역될 때 함께 번역된 것으로 추정된다.
『요화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호주(亳州)와 안경(安慶) 사이에 있는 남산(南山)에 숫여우가 한 마리가 살았는데, 89명의 동녀(童女)를 해치고 그 원음(元陰)을 먹다가 검선(劍仙) 무애자(無碍子)에게 참수당한다. 이후 그 숫여우는 명나라 복왕(福王)의 딸 요화(瑤華)로 환생하여 무애자에게 글과 무예를 익힌다. 사숭명(奢崇明)의 난이 일어나 복왕이 출정하였다가 패하자, 요화에게 군사를 이끌고 출정케 한다. 승리하고 돌아온 요화는 곤덕후(坤德侯)의 작위를 받고 주군좌(周君佐)와 혼인하나 시녀 매영(梅影)에게 대신 결혼생활을 하게 하고, 사부 무애자를 따라 복왕부(福王府)를 떠난다.
요화는 사부의 명에 따라 사방을 떠돌며 의를 행하고 수도에 힘쓴다. 그러다가 여러 비구니들과 함께 사악함에 빠져 있다가 사부의 경계를 기억하고 아미산(峨嵋山)으로 사부를 찾아 나선다. 그때 고영상(高迎祥) · 이자성(李自成) · 장헌충(張獻忠) 등이 반란을 일으켜 개봉(開封)을 함락하고 복왕을 시해한다. 요화는 유랑하며 떠돌다가 아미산에 도착하여 선사(仙師)와 선녀(仙女)의 도움으로 검선이 된다. 그리고 무애자와 함께 복왕부로 돌아와 폐허가 된 복왕부를 재건하고, 도장(道場)을 열어 복왕과 한씨의 영혼을 천도한다. 그 후 매영과 주군좌 사이에 태어난 주극성(周克成)을 주군좌의 후사로, 황족 가운데 주영화(朱英華)를 부왕의 후사로 삼아 재산을 나누어 준 뒤, 아미산으로 떠난다.
『요화전』은 숫여우가 요화로 환생하여 전생의 업보를 씻고 득도하여 검선이 된다는 면에서 신마소설(神魔小說)에 속한다. 동시에 사숭명의 난을 평정하여 공을 세우고 백성들을 구제한다는 면에서 영웅소설에 속하기도 한다. 『요화전』에서는 주인공 요화가 여성의 모습 그대로 나가 변란을 잠재우고 국가의 위기를 구하는데, 조선시대 소설들에서 보이는 남장한 여주인공의 모습과는 차별화된다.
또한 조선시대의 소설 대부분이 입신양명이나 가문창달과 같은 유교적 공명주의, 국가와 같은 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을 주제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요화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생불사하는 검선이 된다는 개인의 이상 실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한글필사본 『요화전』은 왕실에서만 번역되고 읽혔던 것으로 규장각본과 낙선재본이 유일하다. 전체적으로 직역에 가깝지만 생략과 축역, 의역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외설적인 부분은 대부분 생략하였다. 규장각본과 낙선재본은 번역 초고본과 전사본의 관계에 있어 당시 궁중에서의 번역 과정과 필사본 소설들의 전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이 현상들을 살피는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