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횡청류는 『진본청구영언』의 말미에 실려 있는 116수의 노랫말들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반지기, 농(혹은 엇롱)이라고도 한다. 만횡청류란 ‘자유로운 내용의 가사를 치렁치렁 늘어지는 곡조로 부르는 노래들의 부류’이다. 만횡청류는 까마득한 옛날에 생겨나 다양한 곡조로 불리다가 18세기 전반 『청구영언』에까지 수록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만횡청류의 소재는 기층민중의 삶에서 나온 것으로, 사대부 문학과는 구분되는 미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만횡청류는 가객이나 가기(歌妓)들에 의해 주로 가창되었으며, 뒷날 대중가요의 한 부분으로 수용되기도 했다.
만횡청류란 ‘만횡청 노래의 부류’라는 뜻을 지니는 말이다. “만횡(蔓橫) 일왈(一曰) 농(弄) 일왈(一曰) 반지기(半只其)”, “만횡(蔓橫) 금칭(今稱) 엇롱(旕弄) 속담(俗談) 반지기” 등 『가곡원류(歌曲源流)』의 기록들을 통해 만횡이 반지기 혹은 농(혹은 엇롱)으로도 불렸음을 알 수 있다. 『국악원본 가곡원류』에서는 첫머리(초장)를 삼삭대엽(三數大葉)으로 부르고, 2장부터는 흥청거리는 농조로 부르는 창법을 만횡 즉 언롱(즉 엇롱)이라고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청(淸)’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으나, ‘흥청거리는 만횡의 목으로 부르는 창법’을 지칭한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만횡청은 만횡 즉 엇롱(언롱)으로 불린 청가(淸歌)로서, 좀더 구체적으로는 만횡과 함께 ‘농(弄) · 락(樂) · 편(編)’을 두루 포괄하는 노래의 부류를 지칭한다. 이처럼 흥청거리는 곡조와 남녀 간의 걸림 없는 사랑 표현이 이런 노래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만횡청류란 ‘자유로운 내용의 가사를 농 · 락 · 편 등 치렁치렁 늘어지는 곡조로 부르는 노래들의 부류’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만횡청류서(蔓橫淸類序)」에서 김천택은 만횡청류의 노랫말이 음탕하고 뜻과 지취(志趣)가 보잘것없어 족히 본받을 만하지 못하나, 그 유래가 이미 오래되어 단번에 폐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마악노초(磨嶽老樵)의 「청구영언 후발(後跋)」에서 김천택은 『청구영언』의 노랫말들 가운데 들어 있다고 말한 ‘민간의 음란한 이야기와 상스럽고 외설스러운 가사’가 만횡청류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부류의 노래들은 까마득한 옛날에 생겨나 오랜 기간 다양한 노래곡조들에 올려 가창되어 오다가 이 시기에 이르러 가곡으로부터 나온 변격의 창법으로 불리게 되었고, 결국 18세기 전반 『청구영언』에까지 수록되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음탕하면서도 발랄한 고려의 노래들에서 만횡청류의 연원을 찾는 학자도 있는 것처럼, 정서적으로 이 노래들을 그런 노래들의 연장선에서 보는 관점에 큰 무리가 없다. 이런 노래들이 생겨나고 개작 · 전승되던 위항시정(委巷市井) 즉 기층민중의 문화적 · 현실적 바탕은 적어도 18세기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내려온 셈이고, 『청구영언』의 편찬을 계기로 표면화되어 다른 장르의 노래들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만횡청류 116수의 내용은 보기에 따라 다양한 범주로 분류되어 왔다. ‘남녀 문제를 다룬 것들, 중국문화에 적셔져 있는 것들, 인생허무를 노래하고 있는 것들, 인사문제에 모티프가 있는 것들, 물상 및 생물을 테마로 한 것들’(이능우, 1966)로 나누기도 하고, 주제의 측면에서 ‘염정(艶情) · 규원(閨怨) · 술사(述思) · 별한(別恨) · 권계(勸戒) · 송축(頌祝) · 탄로(歎老) · 한정(閑情) · 감물(感物) · 선울(宣鬱) · 우풍(寓諷) · 취흥(醉興) · 인륜(人倫) · 개세(慨世) · 연군(戀君)’(송종관, 1990)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크게 보아 삶의 노래와 자연의 노래로 나뉘고, 전자에 속하는 내용으로는 ‘즐거움(사랑과 향락/음주와 향락) · 진실과 허무 · 비판과 긍정 · 갈등과 대립 · 개인과 집단의식 · 삶과 사물’ 등을 들 수 있고, 후자에 속하는 내용으로는 ‘강호한정(江湖閑情)과 흥 · 풍수지리와 산수’ 등을 들 수 있다.
만횡청류의 사랑노래들은 사실성과 구체성의 측면에서 당대의 보편적 상식을 초월한다. 물론 전통적 표현의 범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유부녀가 외간남자, 특히 유부남이나 승려 등과 관계를 맺는다거나 유부남이 다른 집 여자와 관계를 맺는 행위를 노래로 부르는 일 등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다.
대체로 현세적인 향락의 내용이 만횡청류의 주류를 이루지만, 죽음이나 이별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하는 인간실존의 묘사가 뛰어난 일부 노래들도 있다. 이 밖에 태평성대를 구가하거나 국가에 대한 충성을 노래한 것들도 있고, 영웅의 한과 전쟁에 대한 혐오 혹은 시국을 걱정하는 노래들도 있다. 이와 같이 삶을 노래한 부류들의 경우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해학과 진지함 등 대조적인 범주들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과 달리 만횡청류에서 자연을 노래한 것들은 지배계층이 독점하던 강호가도가 변모되어 나타난 경우들이다. 강호가도가 관념적 자연을 노래한 것이라면 만횡청류의 그것은 보다 더 현실이나 흥겨움 쪽으로 구체화된 모습을 보여 준다. 이와 함께 도성 한양의 풍수지리를 예찬한 노래들도 더러 보이는데, 이런 내용들은 만횡청류에 다양한 계층의 생각과 삶이 녹아 있음을 보여 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이처럼 만횡청류 소재의 범위는 각계각층에 걸쳐 있었으나, 중심은 기층민중이었다. 기층민중의 삶에서 나온 소재들이 민요 등을 거쳐 수용되었거나, 작자들에 의해 직접 채택되어 이루어진 것이 만횡청류인 만큼 양반 사대부 문학과는 구분되는 미학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작품에 따라 내용이나 미학적으로 미세한 차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횡청류 대부분을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 낸 것은 김천택을 비롯한 중인 가객들이었다. 거칠긴 하지만, 세련되면서도 요설(饒舌)에 가까운 노랫말은 서울지역 중인계층의 전유물이기도 했다. 만횡청류는 가객들이나 풍류방의 가기(歌妓)들에 의해 주로 가창되었으며, 뒷날 대중가요의 한 부분으로 수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사회의 전 계층을 포괄하는 내용적 폭을 지녔으되, 구현된 미학은 중인 가객들을 포함한 기층민중의 그것이었다는 점에 만횡청류 미학의 생성 및 전개 의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