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지감은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말한다. 표면적이고 부분적인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이면의 전체 원리를 알아보고 나아가 표면과 이면을 통찰하여 숨은 질서와 세계의 진실을 폭로하는 특별한 인물의 이야기가 지인담이다.
지인지감을 발휘하는 인물은 남성과 여성으로 나뉜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 이인과 겹치는 예가 많다. 이인은 무당·점바치·술법가·관상쟁이·명의·도인·학자·선비·도승 등이다. 이인들은 숨어 살면서 세계 전체의 원리를 꿰뚫거나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거나 한다. 반면 지인은 평범한 인물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행적을 드러내고 세상에 간섭한다.
이인의 공통점은 겉보기, 요행, 학식 등으로 요약된다. 겉보기는 외양을 보고 이면적 진실을 알아보는 것인데 관상쟁이와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요행은 어린아이와 같은 인물이나 뭣도 모르는 인물이 사건을 연결하여 알아맞히는 것이다. 학식은 각기 불교·도교·유교 등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고 그 원리에 입각하여 전체를 꿰서 알아맞히는 것이 핵심이다. 관상가와 점바치와 같은 인물이 겉으로 보고 사주 등을 보아서 인물의 내력이나 장차 실현될 진실을 알아맞히는 것은 낡은 주술이고, 신화적 세계관에 운명을 맡기던 시대의 산물이다. 또한 특정 종교의 세계관에 근거하여 사람을 돕는 도승, 명의, 술법가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모두 일정한 통찰에 근거하지만 과학적 세계관에 근거한 인물 유형은 아니다.
과학적 세계관을 근거로 지식을 종합하고 판단하면서 범상한 이들이 알아차릴 수 없는 것들을 꿰어 맞추면서 새로운 사실을 통찰하고 궁극적인 이치를 추구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진정한 지인담이다. 단편적인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적인 세계관에 의존하지 않으며,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를 꿰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는 지식 너머에 있는 지식, 범상한 세계의 이면에 잠재된 궁극적인 현상과 원리를 통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지인지감을 가진 인물담은 그리 많지 않다.
한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지인담은 주술과 종교, 그리고 신화적 세계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담대한 국량을 가지고, 천한 인물로 취급받던 남성을 애정을 갖고 도와 커다란 과업을 완수하는 인물들로 거듭나게 한다. 추한 얼굴을 한 인물, 지체가 낮은 인물, 여항에 묻혀 있던 인물들이 자신의 여성성을 근거로 지인의 지략이나 지혜를 발휘해서 종래에 굳어진 세계를 격파한다. 즉 여성의 지혜와 지인지감이 남성을 살리고 세계를 구하는 위업을 달성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여성지인담 이야기는 조선후기 야담이나 고전소설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어지간한 남성보다 나은 지식이나 지혜를 가진 이들 여성은 남성 위주의 세계를 파괴하고 남성들이 모르는 것들을 구현하기도 한다.
지인은 신화와 종교, 그리고 주술시대의 산물이다. 지식체계에 대한 이해가 특정한 인물들에 의해 전담되던 시대에 지인이 등장하여 지식과 학문을 통하여 세상에 일정한 기여를 하면서 각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지인의 존재는 지식인과 연결되면서 인류 공통의 보편적 사고를 진전시키는 데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