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언 절구 형식의 18수 연작 한시로 남상교의 시집인 『우촌시고(雨村詩藁)』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은 한 남성이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연정시(戀情詩)이다. 연정의 대상은 기녀이며, 감정의 변이 과정을 여타의 한시에서 보기 힘든 10개의 화소(見, 媒, 逢, 約, 弄, 送, 思, 待, 責, 夢)로 구성해 놓았다.
서사(1수)는 시의 배경이 되는 봄의 정취와 사랑의 시작을, 견(2수)은 우연히 미인을 본 후 연정을 품고, 매(2수)는 매파를 보내 자신의 사랑을 전달하며, 봉(2수)은 두 사람이 만나 남녀 운우지정을 맺고, 약(1수)은 변치 않는 사랑의 약속을 다짐하며, 농(1수)은 서로 애정행각을 벌이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송(2수)은 보내고 가야만 하는 현실을 읊고 있다. 사(2수)에서는 미인과 함께했던 그 밤과 시간들을 떠올리며 외로움과 고독을, 대(2수)는 돌아올 기약이 없는 미인을 기다리며, 책(2수)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여인을 탓하기도 하고 자신을 꾸짖기도 하며, 몽(1수)은 애타게 기다리던 미인을 꿈속에서 다시 만나는 것으로 사실상의 결사이다.
이러한 구성은 특이하게도 연정가사의 정서적 기본 골격과 맥을 같이한다. 남성 작자와 시의 화자가 일치하는 방식, 성적인 유희의 장면을 돌려서 말하는 기법을 선택함으로써 고양된 에로티시즘을 표방하고 있다. 또한 서사의 배경과 심리 묘사, 꿈이 삽입되는 방식은 연정가사에서 주로 나타나는 관습적이며 상습적인 표현이다. 그러므로 그 정서와 표현 면에서 남녀 사랑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연정가사 〈춘면곡〉과 많은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