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체계는 단어의 범위에서 조사는 단어로 인정하지만 어미는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단어를 구분하는 방식에는 분석체계, 종합체계, 절충체계가 있다. 분석체계와 종합체계는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는지의 여부에 따른 방식이다. 절충체계는 현행의 학교 문법에서 규정하는 방식이다. 조사는 문법 범주에 속하며 구나 절과도 결합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절충체계는 이런 특성을 근거로 의존 형식을 가진 문법 요소 중 조사만 단어로 인정한다.
단어를 구분하는 방식에는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는 분석 체계,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종합 체계, 조사는 단어로 인정하지만 어미는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절충 체계가 있다. 이들 각각을 분석식 체계(분석적 체계), 종합식 체계(종합적 체계), 절충식 체계(절충적 체계)라고도 한다.
최현배, 허웅 등과 『고등학교 문법』(2009)에서는 용언과 체언의 경우를 각각 다르게 처리하고 있다. 곧 용언의 경우에는 어휘적 요소와 문법적 요소를 묶어서 한 단어로 처리하는 반면에, 체언의 경우에는 어휘적 요소와 문법적 요소를 분리하여 각각 한 단어로 처리했다. 예를 들어 “심청은 푸른 물에 봄을 던졌다”와 같은 문장에서 단어는 ‘심청’, ‘은’, ‘푸른’, ‘물’, ‘에’, ‘몸’, ‘을’, ‘던졌다’가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최현배의 단어관은 분석 체계와 종합 체계를 절충한 체계인 셈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단어는 어절과 같거나 어절보다 작은 언어 단위이다. 결국 절충 체계에서는 동일한 의존 형식인데도 조사에는 독립된 단어 자격을 부여하고 어미에는 단어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현행의 학교 문법에서는 절충 체계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조사를 독립된 단어로 인정하고 있다. 참고로 현행 교과서의 기준이 되는 마지막 국정교과서인 『고등학교 문법』(2009: 82)에서는 단어를 “자립할 수 있는 말이나, 자립할 수 있는 형태소에 붙어서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자립할 수 있는 형태소에 붙어서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말’이란 바로 조사를 지칭하므로, 현행의 학교 문법에서는 문법 요소 가운데서 조사에만 독립된 단어의 자격을 주는 셈이다.
조사와 어미 가운데 조사에만 단어의 자격을 주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사는 문장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법 범주이므로 단어의 요건을 만족한다.
둘째, 조사가 문장 속에서 관계를 맺는 단위는 단어보다 큰 단위, 즉 구나 절이 될 수 있다. 조사의 이러한 특성은 조사를 단어로 보는 입장을 뒷받침해 주는 결정적 근거이다. 조사를 단어로 보지 않고서는 조사가 구나 절과 결합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형태소 ≤ 단어 ≤ 구 ≤ 문장’이라는 위계를 전제로 할 때, 조사가 단어가 아니라면 굴절 접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사를 굴절 접사라고 하게 되면 구나 절이 굴절 접사를 취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며 이는 단어의 어형 변화를 종결시키는 굴절 접사의 기능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셋째, 조사의 선행어는 체언뿐만 아니라 체언+조사, 용언어간+활용어미, 부사, 감탄사 등 다양한 구성이 될 수 있는데, 조사가 단어가 아니라 접사라면 이런 경우 체언+조사, 용언의 활용형, 부사 등이 접사를 취하는 것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설명은 단어의 어형 변화를 종결시키는 요소라는 굴절 접사의 정의와 맞지 않을뿐더러 부사가 굴절을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냄으로써 비굴절 어휘 범주인 국어 부사의 특성과도 위배된다.
넷째, 조사는 선행어와 결합한 형태로만 문장에 쓰일 수 있어서 단어의 조건의 하나인 자립성을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조사의 선행어가 가지는 자립성을 미루어 볼 때 조사는 선행어에 대해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조사가 생략되는 현상이다. 조사를 굴절접사로 보게 되면 조사 구성은 어간+굴절접사의 구조를 가지는 단어가 되는데, 문장의 통사구조나 의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굴절접사가 생략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