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고 쉬운 새 조선말본』은 최현배가 지은 『우리말본』(1937)의 문법 체계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일러두기에는 최현배의 『우리말본』과 정열모의 『신편고등국어문법』(1946)을 절충한 것이라 밝히나, 일러두기 마지막에 쓰인 ‘특히 최현배의 『우리말본』을 많이 참고하였음’에서 암시하듯이 문법 체계의 전반적인 분류에서는 최현배의 영향이 더 많이 드러난다.
1책, 국판, 반양장, 본문 115쪽, 부록 15쪽. 1949년 8월 서울 금룡도서주식회사에서 발행. 책 제목 위에는 “문교부 인정필”이 적혀 있으며, 초판에 쓰인 제목은 “재미 나고 쉬운 새 조선말본”이다. 1950년 4월에 발행된 재판(再版)에서는 ‘조선’을 빼버린 “재미 나고 쉬운 새 말본”으로 바뀐다.
『재미나고 쉬운 새 조선말본』은 “들어가기, 씨, 월의 조각, 월의 감, 소리의 갈래와 소리마디, 소리의 달라짐” 등의 여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품사[씨]에 대해서는 “낱말은 그 구실[職能]과 꼴[形]을 대중 삼아서 몇 갈래로 가를 수 있나니(11쪽)”에서 보듯이 품사 분류 기준으로 ‘기능과 형태’가 사용되며, ‘의미’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품사는 각각 체언, 용언, 관형사, 부사, 감탄사(또는 독립언), 조사(또는 관계언)에 해당되는 ‘임자씨, 풀이씨, 어떤씨, 어찌씨, 느낌씨, 토씨’의 여섯 개로 나뉜다. 그리고 문장[월] 성분은 그 기능에 따라 각각 주어, 서술어, 보어, 목적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에 해당되는 ‘임자말, 풀이말, 기움말, 부림말, 매김말, 어찌말, 홀로말’ 등의 일곱으로 나뉜다.
‘월의 조각, 월의 감’ 등에 사용된 문장 성분과 ‘씨’의 ‘토씨’는 최현배의 문법에서 가져온 것이며, ‘씨’의 ‘임자씨’와 ‘풀이씨’는 정열모의 문법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최현배의 문법에서도 임자씨와 풀이씨를 세우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최현배의 문법 체계에 더 많이 기운다. 부록은 “어찌씨에의 보탬, 토씨를 가르는 까닭, 씨 가름[品詞分類]의 견줌” 등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각각 ‘어찌씨’가 딴 씨를 꾸밀 때도 있음을 보태거나, ‘토씨’와 어미와의 차이, 영어와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거나, 다른 학자의 품사 분류와 비교하면서 품사 분류 여섯 개에 대한 타당성을 밝히는 등, 본문에서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기술한다.
문교부가 인정을 필한 문법 교과서 중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검인정된 것이며, 우리나라 학교 문법의 변천과 정립 과정을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