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라는 명칭은 돼지를 의미하는 한자인 ‘돈(豚)’과 커틀릿(cutlet)을 일본식으로 줄인 ‘가쓰(かつ)’를 합성해 만든 조어다.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즐겨 먹던 송아지 튀김 요리인 슈니첼(Schnitzel)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프랑스어로 코틀레스(côtelette)로 불렸고 영어로는 커틀릿(cutlet)으로 불렸다. 커틀릿은 일본식 발음으로는 ‘가쓰레쓰’라고 했는데, 일본에서는 특히 돼지고기를 이용한 ‘포크 가쓰레쓰’가 유행하였고, 점차 일본의 대표적인 양식 메뉴로 자리잡았다. 일본은 무려 1200년 동안이나 육식 섭취를 금지했던 나라였기에 메이지 천황이 육식 금지를 풀었던 1872년(고종 9) 이후 초기에 육식을 받아들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돈가스는 육식에 대해 저항감을 가지고 있던 일본인들이 서양 음식을 받아들여 그들의 취향에 맞게 변형, 발전시킨 독특한 ‘일양절충요리’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커틀릿(cutlet)은 송아지나 양고기의 뼈에 붙은 고기에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하고 밀가루, 계란 노른자, 빵가루를 입혀서 프라이팬에서 버터로 양면을 갈색이 되도록 구운 음식이다. 일본식으로 변형된 돈가스를 원래의 커틀릿과 비교하면, 일본식 돈가쓰는 얇은 소고기나 양고기 대신 두툼한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고운 빵가루 대신 입자가 굵은 빵가루를 입힌다. 그리고 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 굽는 것이 아니라 넉넉한 기름에 튀겨내는데 이 방법은 기존의 뎀뿌라 조리법을 응용한 것이다. 그리고 영국의 우스터소스를 응용해 간장을 가미한 일본식 돈가스 소스가 탄생했고, 포크와 나이프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을 위해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잘라 놓았다는 것 등에서 일본 문화가 다양하게 접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돈가스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양식으로 소개되었다. 1924년 이용기(李用基)가 저술한 조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서는 서양 요리 만드는 법 항목에 ‘가쓸내스’가 소개되어 있다. 조리법은 우육을 얇게 썰어서 깨소금을 조금 뿌리고 칼로 익여서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을 씌워서 기름에 지진다고 하였다. 『동아일보』 1951년 12월 2일 기사에는 ‘돈까스’가 음식점 메뉴로 확인되며, 1955년 8월 14일 『조선일보』에 연재된 단편소설 「연습곡」에서는 집에서 ‘돈까츠’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도권 신문뿐만 아니라 『마산일보』 1962년 11월 28일자에서 경상남도 마산에 위치한 양식당 ‘전원 그릴’의 광고를 볼 수 있는데 “돈가스 30원”이라고 되어 있다. 같은 광고에서 “함박스택 25원, 전골 50원”을 통해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돈가스는 우리나라에서 1950~1960년대 외식 메뉴인 동시에 일부 계층에서는 가정에서도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다. 우리나라 경양식집 대표 메뉴였던 돈가스는 고기를 두드려 얇게 편 돈가스였다. 이와 별개로 일식 돈가스가 따로 한국에 돈가스가 도입되는 시점은 1990년대 후반경부터로 보인다. 『조선일보』 1996년 11월 4일 기사에서 일본 정통 냉장육 돈까스 전문점인 ‘도모야’에서 가맹점을 모집하는 광고를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냉동 돈가스로도 많이 시판되고, 분식집의 대표 메뉴이자 단체급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