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 후 모든 것이 궁핍한 가운데 미군 부대 근처에서는 미국이 자국 군인들을 위해 본국에서 보내온 음식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일명 ‘부대고기’라고 불리던 햄이나 소시지도 그 중 하나였고 초기에는 미군이 먹다가 남긴 것을 이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부대찌개라는 명칭이 붙었다. 경기도 의정부 지역에서 1960년부터 포장마차를 운영했던 허기숙 할머니는 근처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소시지, 햄, 베이컨 등을 활용해 부대찌개를 선보였다. 1968년 ‘오뎅식당’ 이름으로 상호 등록을 하였고, 의정부 지역에서 원조 부대찌개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오뎅식당’이 대표적인 부대찌개 식당으로 유명해지면서 인근에 다른 부대찌개 가게들이 들어서서 의정부중앙역 근처에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되었다.
부대찌개는 다양한 종류의 햄과 소시지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와 두부, 콩나물 등을 넣어 한꺼번에 끓이는 찌개로 동서양 식재료가 조합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부대찌개는 초기에는 전골판에 버터와 소시지, 햄, 양배추, 양파 등을 넣고 볶아낸 안주였는데 여기에 고추장, 김치, 육수를 부어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되었다. 집집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냄비에 돼지고기를 볶다가 육수를 넣고 잘 익은 김치, 햄과 소시지, 콘, 스팸, 각종 채소와 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넣는다. 그리고 주로 라면 사리를 넣는데 지금과는 달리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부대찌개에는 라면 사리가 들어가지 않았다. 라면은 1963년에야 처음 국내에 들어왔고, 초창기에는 값이 너무 비싸서 부대찌개에 넣어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햄과 소시지 이외에도 부대찌개의 맛을 좌우하는 재료 중 하나는 ‘베이키드 빈스’라는 콩 통조림이다. 베이키드 빈스는 토마토 소스와 설탕에 재운 강낭콩을 푹 삶은 콩 요리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 덕분에 부대찌개에 넣으면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 주고 풍미를 높여 준다.
부대찌개는 1960년대 미군 부대 주변에서 먹기 시작하면서 당시 미국 대통령 린든 B. 존슨(Lyndon Baizes Johnson)의 성을 따서 ‘존슨탕’이라고도 하였다. 용산 미군 부대 주변의 이태원에서 처음 부대찌개를 선보인 ‘바다식당’은 1970년대 말에 문을 열었는데 이곳은 부대찌개라는 이름 대신 ‘존슨탕’이라는 이름을 쓴다. 배고픔 속에서 탄생한 부대찌개는 전란을 극복하고 경제 발전을 이룬 지금도 여전히 많은 한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해외 언론에서도 관심을 받았는데, 2020년 6월 영국의 BBC는 “한국의 ‘생존 찌개’는 세계적인 레시피로 진화했다.”라며 부대찌개를 집중 조명하였다. “한국의 전통적인 매운 양념과 조리된 햄, 소시지가 섞이면서 부대찌개 특유의 맛이 만들어졌다.”며 “처음에는 잔반을 넣어 만든 잡탕 요리였지만, 이제는 여러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면서 한국의 컴포트 푸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