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은 한자어인 ‘족(足)’에 우리말 ‘발’이 겹쳐진 이름으로 식용의 돼지 발을 한정해서 지칭한다. 고문헌을 통해 전통적인 돼지족발의 이용 방법을 살펴보면, 조선전기 의관 전순의(全循義)가 1460년(세조 6)에 집필한 『식료찬요(食療纂要)』는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정리한 식이요법서인데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한 음식으로 돼지족발을 삶은 국을 기록하였고, 산후에 몸이 허약하고 젖이 나오지 않을 때는 돼지족발을 삶은 국물에 흰쌀을 넣어 끓여 죽으로 먹으라고 하였다. 또한 1830년(순조 30)경 최한기(崔漢綺)가 편찬한 종합 농서인 『농정회요(農政會要)』에는 “돼지 새끼집과 족발을 함께 문드러지게 삶아 초장을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담백하여 별미”라고 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늘날의 족발은 간장 양념으로 조린 것인데, 이는 황해도 향토음식인 ‘돼지족조림’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족조림은 돼지족발을 푹 삶아 갱엿과 간장, 향신료 등를 넣고 뭉근한 불에서 족발이 윤기가 날 때까지 서서히 조린 음식이다. 『한국의 맛』에 소개된 ‘강엿(검은엿)돼지족’의 재료는 돼지족, 생강, 강엿, 소금, 집 진간장, 물이며, 만드는 방법은 모든 재료를 솥에 넣고 센 불에 팔팔 끓이다가 불을 줄여가며 잘 저어 간이 배어들게 하고 물이 졸아서 한 대접 정도 남았을 때 족을 건지면 기름이 빠지고 고기가 오돌오돌해진다고 하였다.
족발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출신의 피난민들이 서울 장충동에 뿌리를 내리면서 생계를 위해 황해도의 돼지족조림과 중국의 오향장육을 응용해서 탄생시킨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족발은 돼지 부산물로 허드레 부위였기에 가난한 피난민들이 비교적 싸게 구해 요리한 것으로 보인다.
족발은 어떻게 삶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데 향신료는 무엇을 넣고 어느 정도 익혔다가 얼마 동안 식히는가도 노하우에 속한다. 돼지족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는 마늘, 생강, 청주, 된장 등 재료를 넣고 살이 무르도록 푹 삶아 낸 후 물기를 뺀다. 물을 빼는 시간이 너무 길면 질겨지기 쉬우므로 적당한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 물기를 뺀 돼지족에 간장 · 설탕 · 후추 · 소주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다시 조린다. 족발은 크게 앞발과 뒷발 두 가지 부위로 나뉜다. 뒷발은 상대적으로 살코기가 많아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뒷발과 달리 운동량이 많은 앞발은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어 쫀득한 살점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1992년 11월 8일자 『경향신문』사에 의하면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자리잡은 10여 군데 족발집의 원조는 ‘뚱뚱이할머니집’의 전승숙 할머니와 ‘평남할머니집’의 김정연 할머니”라고 하였다. 이북이 고향으로 친구 사이인 두 할머니는 1961년 장충동에 ‘평안도집’이라는 족발집을 열고 6년 동안 동업을 하다가 독립해서 각각 지금의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 당시 전할머니 가게는 ‘족발의 시조’, 김할머니의 가게는 ‘원조족발’이라고 부제를 붙여 정통성을 강조했는데 그 이후 생겨난 집들도 전부 원조임을 내세운다고 하였다.